서양화가 김옥지씨와 장남인 영화감독 전형식(리차드 전)씨
‘빛과 생명의 화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환상적이면서도 영적인 작품을 만드는 믹스미디어 작가 김옥지씨에게는 최근 몇 년간 좋은 일이 많았다. 2006년 “예상치도 않게” 미국의 100대 미술가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고, 지난해에는 강익중, 변종곤, 서도호 등과 함께 한국 예술의 전당에서 초대받아 뉴욕을 대표하는 한인 작가로 명성을 굳혔다. 또한 제주도에는 처음 문을 연 현대미술관의 개관 기념 전시회의 주인공으로 한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옥지씨는 최근에 이룬 예술적 성과에 대한 감회나 곧이어 열리게 될 개인전에 대한 소개보다는 영화감독 아들 전형식(리처드 전)씨에 대한 걱정부터 털어놓았다. 단편과 다큐멘터리 작업을 계속해온 전씨의 장편 프로젝트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 “많이 애쓰고 노력하
는 데 어려운 것 같아요.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전씨가 겪고 있는 과정은 독립영화인 100명중 99명은 겪는 너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어머니 입장에서는 안쓰럽기 그지없다. 5살이 되면서부터 영화에 빠져 한번도 다른 길을 생각해보지 않은 장남이기 때문이다.
전씨는 NYU와 UCLA에서 영화 수업을 받았고 ‘더 웨이킹’, ‘인 드림스’ 등 여러편의 단편 영화를 제작했다. 98년에는 NYU 출신 이재한 감독의 장편 ‘컷 런스 딥(Cut Runs Deep)’의 연출부로 참여하기도 했다. 전씨는 “자신의 비전과 목소리를 나타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독립영화인들을 존경한다. 인내와 끈기 그리고 무엇보다 식지 않는 영화에 대한 열정이 감독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이라고 말했다. 영화 외에 미술에도 재능이 있는 전씨는 김옥지씨와 함께 2000년 피닉스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김옥지 작가의 20번째 기념전이기도 했던 전시회에서 전씨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된 ‘얼굴/가면’ 연작 50점과 단편 영화 ‘키스멧(Kismet)’을 상영했었다. 김 작가는 “내가 워낙 이재에 어두워서 비싸게 팔린 그림 값도 못 받은 경우가 허다했다”며 “그 돈을 모았으면 아들 영화 제작에 보탤 수 있지 않았을까 해서 너무 아깝다”고 웃었다. 김 작가는 이재에 어두울 뿐만 아니라 문명의 이기와도 친하지 않아서 “컴퓨터는 물론 전씨가 사준 핸드폰마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구식”이라고 말한다.
실제로는 순수 미술 외에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고 며느리에게 직접 옷을 디자인해 선물할 정도로 세련된 예술가다. 오는 23일부터 5월 17일까지 자신이 소속된 피닉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김옥지 작가는 이전보다 더 화려하고 선명한 색채와 세포처럼 꿈틀거리는 점들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새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30년동안처럼 이번 전시회 제목 역시 ‘빛과 생명(Light & Life)’이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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