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클로징을 한 사업체는 바로 병원이었다. 직업 중에서도 가장 고소득에 속하므로 어느 에스크로보다 순조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라는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풋내기 오피서들은 비교적 새로운 분야의 사업체 에스크로를 다룰 때에는 설레는 마음 반, 걱정 반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조언자로서 때로는 선배로서 이런 저런 충고를 할 때면 잘못하여 편견을 가지게 될까 봐 사뭇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
가장 ‘중립적으로’ 그리고 언제나 ‘신중하게’ 일사천리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을 모든 직원들이 모토로 삼고 있지만 단수가 높은 비즈니스 전문가이신 고객들과 균형을 잘 맞추기란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에스크로를 오픈할 때에 요구되는 많은 서류와 자료들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고 걱정을 하여 여러 번 셀러(seller)에게 독촉을 하기도 하고 에이전트에게 부탁을 하기도 하지만 안 들어오는 것은 결국 끝까지 애를 태우게 하고야 만다.
특히 그 중의 하나는 사업체 가격에 포함된 장비와 가구들의 목록이다. 매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야 셀러와 바이어가 함께 마음을 합하고 가격을 향하여 절충을 하느라 ‘넉넉한 셀러’ 그리고 ‘너그러운 바이어’가 되지만, 막상 에스크로가 진행이 되고 사연도 많은 사업체를 넘기는 마당에 그리 넉넉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컴퓨터는 제 개인 품목인데요” “지난 번에는 없던 에어컨이에요” “잠깐 집에서 가져온 것이라서…” ”직원 것을 빌린 터여서…”
분명 흥정을 할 때에는 사무용품까지 몽땅 포함되었던 것을 ‘차 떼고 포 떼고’하는 통에 약이 오르는 바이어 때문에 한바탕 진통을 겪는 일이 많다.
심지어 처음과는 달리 항목은 채우되 값이 싼 다른 것으로 대체를 하는 약삭빠른 셀러가 있는가 하면 주요 장비가 아닌 작은 개인 소지품에까지도 강한 집착을 보이는 바이어도 있다.
타운의 병원이었던 이번 에스크로에서 마무리 바로 며칠 전에 병원에 들른 바이어이신 B선생이 사무실에 붙어있던 그림이 없어진 것을 보고 놀라서 전화를 하셨다.
“벽에 붙은 그림은 매매 가격에 포함이 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개인이 챙겨갈 물건입니까?” 집무실의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돋보이게 했던 그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B선생이 흥분한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처음 매매를 성사할 때의 상황과 그리고 없어진 연유를 묻는 오피서의 공손한 질문에 날카롭게 반문하며 “법대로 하라고 해요!”
에이전트도 없이 선후배 사이에 이루어진 거래였으므로 처음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극단으로 감정싸움으로 번지고야 말았다.
불만을 토로하는 바이어에게 보란듯이 ‘값 싼 그림’으로 대체를 한 셀러의 재빠른 대응이 원인이 된 것이다.
결혼기념으로 장모님으로 부터 받은 선물이라고 몇 번을 사정하여도 이미 상한 마음에 위로가 되지는 못하였고 타주로 이사하는 셀러의 스케줄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되었다.
결국 적지 않은 금액을 바이어에게 크레딧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기는 하였지만 시간과 금전적인 손해가 양 측 모두에게 적지 않은 것이었다.
마음이 너그럽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고 없음은 직업이나 수입과는 무관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해프닝이었다.
셀러는 비용을 감수하고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켰고 바이어는 필요한 새로운 그림을 구입하면 되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이며 양 진영에서 시달린 우리 오피서에게는 적당한 어떤 보상도 없는 것이 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혈전을 벌이던 셀러와 바이어가 다시 마음을 하나로 합치는 것은 결국 에스크로 비용이었기 때문이다.
(213)365-8081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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