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기러기 소리에 잠을 깨니 홀로 달 밝은 누대 위에 있었다. 언제고 고국을 생각하지 않으랴. 삼천리가 또 아름답다. 형제의 백골이 그 삼천리 땅속에 의의하고 부조(父祖)는 청산에 역력하다. 우리 집에는 무궁화가 만발해서 기다리고 있고 압록강의 봄 강물은 돌아가는 배를 가게 해준다.
남자가 뜻을 육대주(六大洲)에 세웠으니 일이 만약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죽어도 고국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나의 뼈를 어째서 선영에다 묻기를 바라는가. 인간이 가는 곳이 청산인 것이다.”
고국이 그리울 때면 시(詩)를 읽는다. 한국에 실제로 가서 만나는 문화적, 인간적 상황보다는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 고국이 그립다.
위의 글은 내가 벽에 붙여 놓고 늘 가까이 한 안중근 의사의 시다. 시는 이어진다.
“나막신과 대 지팡이로 동네를 나오니 강둑의 푸른 버드나무가 빗속에 즐비하다. - <중략> -
해동(海東)에 달이 밝은 것은 선생님의 얼굴이요 북풍(北風) 맑은 곳은 처사(處士)가 있다. 붉은 꽃 푸른 버들은 작년 봄과 같고 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것이 생기니 가을이 왔구나. 일어나서 머리와 얼굴을 가다듬으니 누가 나와 여기에 함께 있는가.
누런 나뭇잎 덮인 사양길에 조금 전에는 작은 어느 가게에 있었는데 백운(百雲)과 명월(明月)은 다시 공산에 떠 있다.
희미하게 생각나는 것이 전생(前生)의 꿈과 같은데 고요한 혼백은 죽지 않고 돌아 올 수가 있었다. 나의 혼백만이 짧은 지팡이를 짚고 나의 살던 집을 찾아가니 부엌의 한 등불만이 나와의 관계인 것이다.
불그레한 안방에 향기 그치질 않았고 여인의 교태가 반은 머금었고 부끄러움이 반은 머금었다. 가만히 내 죽은 뒤에 나를 생각하겠는가고 물으니 두손을 모우고 금비녀를 한 것이 끄떡인다. 마음속에서 이별의 말을 한 것은 계속되고 이별의 술잔이 손에 닿는 것이 더디기만 하다. 살아서는 오히려 생각하는 것이 있었는데 죽은 뒤에는 어찌 저 홀로 가는 때를 견디어 내겠는가.
만난 인연이 오래오래 막혔다고 말하지 말아라. 평생에 오히려 근심 속에 기약하는 것이 있었을 것이나 편지 한장을 날려 천문(天門)에 도달하게 할 수가 있어 나의 사정을 호소하면 그대로 혼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자가 죽을지언정 바른 속 마음을 속일까보냐. 판사 검사가 어찌 나의 속마음을 알까. 원수는 갚았고 곧 의로운 혼은 땅에 떨어진다”
민족을 위해 한 인간을 살해한 의로운 영혼의 빼어난 시심(詩心)이 놀랍다.
민족의 정기를 세운 영웅답게 그의 글씨 또한 대담한 기개와 풍류의 명필이다.
요즘 티베트인들이 중국의 탄압에 항거하며 독립을 요구하는 저항 운동을 TV로 바라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지난 3월부터 티베트의 현실을 알리기 위한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참가자들은 8월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되는 때에 맞춰 티베트에 도착할 계획이다
일제시대, 우리 민족이 얼마나 애타게 독립을 기원했던가를 기억하며 실리와 힘의 논리로 자행되는 중국의 만행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티베트인들은 고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쳐 걷고 있다. 지난 50년간 120만명의 티베트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정의롭지 못한 중국의 침략으로 한 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 같이 흔들려 왔다. 티베트인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북경 올림픽은 화려하게 개막될 것이다.
티베트의 불교문화에는 모래로 그림을 그려 흐트려 버리는 만달라 그림이 있다. 고귀한 하나의 문화국가가 사라져가는 것을 세계는 바라보기만 하여야 하는 것인가.
인도의 다람살라에 망명한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해방 캠페인(Free Tibet Campaign“)의 편지를 통해 우리의 관심과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민족의 고난을 해탈하여 행동하는 그의 미소가 아름답다.
박혜숙 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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