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나빠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안경을 처음 쓸 때의 선명한 세상을 기억할 것이다. 늘 보던 것들이 굵은 고딕체인 양 선명하게 드러나는 그것은 마치 천지개벽과도 같은 느낌이다. 변한 것은 내가 안경을 끼었다는 사실인데 마치 세상이 바뀐 것처럼 마음이 요상했다.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그 때 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생각과 재능도 그렇다. 늘 컴퓨터 게임만 해서 아들과 날마다 전쟁을 치른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학기 초에 듣고 수업에 들어갔다. 과연 그 학생의 손에서 게임기가 떠나지 않는다. 정말 머릿속에 게임에 대한 정보만 들어있어서 기계인간처럼 되는 것은 아닐까 슬슬 걱정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나만의 달력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1월, 2월… 이렇게 숫자로 달을 세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서 새로운 이름을 붙여 주는 학습 활동이었다. 감성적인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던 그 학생의 책을 보고는 놀라움을 넘어 감동까지 했다. “4월 - 푸르른 잔디에 누워 바람을 느끼며 책을 보는 달.” 어쩌면 이렇게 멋질 수가 있을까.
이렇게 학생들의 새로운 면을 볼 때마다 안경을 처음 쓸 때의 그 순간처럼 천지개벽의 느낌이다. 그리곤 반성한다.
눈이 나빠서 세상을 제대로 못 보면 안경 하나 달랑 쓰면 되지만 마음이 닫혀서 아이들의 재능과 능력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아이들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것이다. 늘 사랑으로 마음을 열고 아이들을 바라보자고 다짐한다.
송일란/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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