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가득 담긴 유리잔을 들고 골프장의 18홀을 걸어서 돈다고 상상해보자. 온전하게 18홀을 도는 일이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움직일 때마다 물이 출렁거리고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거나 발을 잘못 디디면 아예 물을 엎질러버리고 유리잔마저 깨뜨리기 쉽다.
실제로 골프란 물이 가득 담긴 유리잔을 들고 초원을 걷는 것이나 다름없다. 유리잔 대신 내 몸이 물잔이 되는 것이 다를 뿐. 내 몸이 물이 가득 담긴 유리그릇이라고 생각하면 결코 18홀을 허투루 돌 수는 없을 것이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는 호흡안정이다. 호흡이 거칠어지면 행동거지가 신중하지 못하고 서둘게 되어 실수를 연발할 수밖에 없다. 골프장에 늦게 도착해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고 숨돌릴 겨를 없이 바로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 도착한 사람이 샷을 제대로 날릴 수 없다.
거친 호흡은 신체리듬을 흩으러 놓아 평소의 샷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서너 홀이 지나야 호흡이 진정되는데 이때는 이미 스코어가 엉망이 되어버려 호흡이 진정되어도 망친 스코어를 만회하려는 또 다른 욕심으로 역시 제대로 된 샷이 나오지 않는다. 그날의 골프는 어김없이 망치고 만다.
’티업 1시간 전에 골프장에 도착하라’는 선배들의 당부는 바로 호흡안정을 위한 것이다. 라운드 중에도 호흡이 거칠어지는 일은 삼가야 한다.
볼이 러프지역으로 날아가면 동반자들의 플레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뛰어가 볼을 찾고 서둘러 샷을 날리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거친 호흡 때문에 정상적인 샷이 나오지 않는다. 앞 홀이 비었다고 캐디가 플레이를 재촉할 때도 호흡이 거칠어질 정도의 동작은 금물이다.
신체적인 호흡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호흡이다. 마음의 호흡이 거칠어지면 신체적인 호흡도 거칠어질 뿐만 아니라 정신집중이 되지 않아 골프에 몰입하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결코 마음의 호흡이 안정될 수 없다. 골프를 하다 보면 피할 수 없이 따라 다니는 희비애락의 감정을 적절히 소화해내야 함은 물론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보다 나은 스코어와 승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욕심을 억누를 수 있을 때 마음의 호흡은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숨소리처럼 잔잔해질 수 있다.
마음의 호흡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가능한 한 심리적 갈등이나 마찰을 털어버리고 즐거움이나 불쾌함을 큰 소리로 토해내는 일도 삼가야 한다.
마음의 호수 저 밑바닥에 가라앉은 침전물이 뒤집어지지 않도록. 호흡을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에게 18홀은 길고도 멀다.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밤은 길어라. 피곤한 사람에게 길은 멀어라. 바른 법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에게 생사의 밤길은 길고 멀어라.’(법구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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