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경제가 눈에 두드러지게 나빠졌다. 오랜 전쟁과 부동산 등 여러 가지 경제문제 등으로 인해 한인사회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취직이 힘들어지고 대학원 혹은 전문학교 진학을 생각하는 대학 졸업생들이 많이 늘어났다. 단적인 예로 2007년도에 의과 대학을 지원한 학생 수는 그 전해보다 8.2%가 늘어나서 4만2,315명이었다. 이 숫자는 한참 벤처바람이 불었던 2002년도의 3만3,625명보다 근 25%가 늘어난 수이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에 의대 정원은 단지 7.7%만 늘어났을 뿐이었다. 미국에는 약 125개의 의대가 있고 지난해에는 총 1만7,759명이 입학했다. 입학생들의 평균 졸업성적은 3.62이였고, MCAT 성적은 각 과목마다 10점이 넘었다. 지난 10년 동안 입학생들의 평균 성적은 계속해서 높아져 왔다.
먹고 사는 것이 예전보다 힘들어지니 좀 더 안정된 미래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교 도서관을 봐도 요즘에는 밤늦도록 공부하는 학생들이 넘쳐나고 강의실 교단 앞에는 교수의 강의 내용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도록 녹음기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신 차려 열심히 살지 않으면 대학을 졸업하고도 제대로 취직하기도 힘들어진다. 대학에만 가면 그간 고생이 끝나고 낭만만이 있던 시대는 사라진지 오래가 되었다. 고등학교 4년 동안은 대학을 준비하지만 대학 4년 동안은 인생 6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아이들을 의과대학에 보내고자 하는 부모들은 그들이 대학을 준비했을 때와 마찬가지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써 주어야 한다. 이제 대학까지 갔는데 알아서 해야지 하면서 내버려 두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때처럼 일일이 다 간섭하기보다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체크하는 식이 바람직하겠다. 그리고 대학 때는 학과 공부와 더불어 연구실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보통 의대를 준비하는 기간은 대학을 준비하는 기간보다 아마도 길 것이다. 많은 경우 대학을 준비하고 곧장 의대를 지원하기보다 1~2년 정도는 병원이나 학교연구소에서 연구업적을 쌓는다. 필자의 경험을 돌아보면 명문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더라도 연구경험이 있지 않으면 좋은 의대를 들어갈 수 없다. 그러므로 적어도 대학 2학년 때부터는 준비를 시작해야 필수 과목을 듣고 연구 활동도 하면서 충분히 의대진학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다.
사실 의사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다. 일반 대학 4년과 의대 4년 그리고 레지던트 기간 약 4년 총 12년 정도가 소요된다. 의대를 가려는 학생은 대학에서 생물, 화학, 물리 같은 이공계 학문을 전공한다. 통계에 따르면 2001년 미국 의대 지망생의 45%가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16%가 화학이나 물리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반드시 과학을 공부한 학생들만 의대에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해 의대 지망자들 중에 12%가 인문사회(non-science)를 전공을 하였다. 사실 의과대학 측에서도 학생이 생물학을 전공했다고 더 가산점을 주거나 과학을 전공하지 않았다고 불리한 점수를 주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만을 좋은 성적으로 마치면 된다. 실제로 의대생들 중에는 음악학교를 졸업한 학생도 있었고 정치학 경제학을 전공한 학생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의사가 되고 싶으면 생물 화학과 같은 과학 전공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낯선 땅에 이민 와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던 우리 이민 1세들에게 있어 안정과 사회적 지위라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삶의 항목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 이민 1세들은 자식들이 안정되고 존경받는 전문 직업을 가지길 간절히 원한다. 필자도 또한 우리 한인 가정에서 미국과 이민 사회에 크게 이바지 하는 훌륭한 의사가 많이 배출되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홍영권
(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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