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뜸 들이기를 좋아한다. 쫓기듯이 바쁜 생활 중에서 여유를 갖는 것 같아서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 우리 어머님은 까맣고 윤기가 반지르한 가마솥에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을 지으셨다. 김이 나고 밥이 다 된 듯해도 한참동안 뜸을 들이셨다. 그 동안에 그 밥위에 달걀찜도 하셨고 호박잎도 찌고 가지나물도 얹었다 꺼내 양념장에 무쳐 주시곤 했다.
난 새벽에 알람시계를 일어나야 할 시간보다 15분 정도 이르게 맞추어 놓는다. 아침 잠자리에서의 15분의 뜸 들이기는 꿀맛이다. 눈 뜨자 마자 벌떡 일어나는 것 보다 지지개도 켜보고 손을 비벼서 얼굴도 비비고 온몸도 만져주고 일어나면 한결 개운하다. 와인도 따서 금방 마시는 것 보다 약간 기다린 다음 마시면 맛이 더 깊다. 화장할 때도 화장수 바르고 곧바로 로션을 바르는 것보다 조금 뜸 들이다 바르면 더욱 촉촉하게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화가 날때도 목구멍 까지 올라오는 말들을 바로 내 뱉지 말고 두세번 심호흡을 깊이 한 다음 말을 하면 상대방에게 돌이킬 수 없이 상처 되는 말이나 실수를 안 할 수도 있으리라.
요즈음 우리들은 모든 것을 너무 빠르게만 하려고 해서 많은 탈들이 일어난다. 자연의 생체리듬 보다 빨리 하다보면 무리가 생기고 그 무리들이 모이면 큰 사고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어느 엄마가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서 급하게 서두르다 애는 태우지도 않고 빈차를 몰고 학교까지 갔다는 어처구니 없는 얘기를 들었다.
순간순간 이 뜸 들이기만 잘 해도 삶이 훨씬 여유로워 지고 이익 되는 일이 참 많을 것 같다. 너도 나도 빠르게만 움직이고 있을 때 조금 느린 듯 사는 것 도 삶의 멋이 아닐런지.
백인경/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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