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젊어서 돌아가셨다. 엄마는 그때 나이 겨우 49. 어린 나의 눈에 엄마는 항상 무섭고 나이가 많은 어른이셨지만 엄마의 강함에서 나는 안정감을 느꼈고 신선함을 느꼈다. 하지만 혼자 살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였기에 주변에서 엄마의 재혼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었고 난 별 반감이 없었다.
재혼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상황으로 우리 가족을 변화시킬지 모르지만 주변에서 쉽게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분명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엄마는 재혼이야기를 먼저 꺼내지는 않으셨는데 어느 날 나에게 엄마가 시집가면 신혼여행을 갈 때 택시를 타고 갈 것이고 그때 날 꼭 데리고 가주신다고 했다.
난 그날부터 엄마가 시집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고 어느 때는 조르기까지 했다. “엄마, 빨리 시집가” 엄마는 그때마다 “왜?”하고 물으셨다. 난 “엄마가 신혼여행을 갈 때 나는 택시 앞좌석에 타고 갈꺼니까”라고 대답했다.
엄마와 주변사람들은 나의 철없는 대답에 배꼽을 잡고 웃으시며 어리석은 나의 대답을 듣기 위해 자주 물어봤다. 난 사람들이 웃건 말건 택시 앞좌석에 앉아 멀리 여행을 가는 꿈에 엄마가 빨리 시집가기를 바랐다. 나이가 들어 철이 들며 택시타는 꿈은 생각의 뒤쪽으로 물러앉게 되었고 엄마가 혼자 살림을 꾸려가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대신 자리를 잡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도 “엄마, 언제 택시태워 줘”하는 말로 엄마의 재혼의사를 부추기곤 했었다. 그러나 엄마는 결국 재혼을 하지 않으셨고 혼자 바삐 사셨다.
미국에서 교육을 전공하다보니 과거의 아동들과 요즘 커가는 세대의 아동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우선 가족이란 울타리의 차이이다. 과거에는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가족의 범위에 엄마와 아빠, 그리고 언니 오빠와 같이 형제자매로 적어도 4-5명이 되는 작은 사회를 이루는 것이었으나 이제는 홀어머니나 홀아버지와 자녀만 사는 가정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물론 편부모도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낼 수 있고 부부의 갈등과 불화가 많은 가정보다는 안정된 편부모와의 가정도 오히려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줄 수는 것은 사실이다. 또다른 과거와 현재의 가족에 큰 차이는 당연히 구성원의 수에 있다. 과거에는 형제자매가 적어도 대여섯 명씩을 되었으나 현대에는 많으면 둘 셋이고 아니면 한명의 자녀만을 키우는 것이다. 그것은 자녀의 사회성 발달에 큰 저해요소가 되는 것이다.
부모는 하나밖에 없는 자녀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퍼붓게 되고 자녀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형제자매간에 싸우며 얻고 잃으며 협상하는 능력을 배우지 못하고 무조건 지거나 이길 수밖에 없는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이기적인 마음으로 큰다는 점이다.
오월은 미국의 어머니날과 한국의 어버이날이 있고 가정의 달이다. 싱글로 자녀를 키워내는 분들을 보면 자녀가 커갈수록 부모가 자녀를 걱정하는 것보다 자녀가 싱글로 살아가는 부모를 아파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자녀와 가족이란 울타리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고 싶다. 가족이 적은 가정에서는 한번 주변을 살펴 재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도 알아보고 아니면 주변의 다른 가정과 이웃사촌의 정을 더욱 깊게하여 여러 명의 자녀들이 함께 친형제자매 이상으로 정답게 어울릴 수 있는 보다 넓은 ‘가족’의 울타리를 새롭게 만드는 가정의 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로 넓어진 가족의 울타리에 장애아동이 있는 가정이나 타인종 가정이 들어온다면 남에 대한 배려나 개인차에 대한 개념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발달될 수 있어 보다 둥그런 사람으로 성장하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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