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들의 아파트를 방문했던 K씨는 난감했다. 대학생 아들이 기숙사에서 나와 친구들과 아파트를 구했다고 해서 가보니 여학생이 있는 것이었다. 3 베드룸 아파트에서 남학생 둘과 여학생 한명이 같이 산다고 했다.
“방은 각각 쓴다 하더라도 화장실과 목욕탕을 같이 써야 하는 구조인데 상당히 신경이 쓰이더군요”
성적 호기심과 에너지가 왕성한 나이의 대학생들이 남녀 혼성으로 한 집에 산다고 하면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 부모들이다. 이성이 한집에 살면 거기에 정신이 팔려 공부에 전념할 수 있을 까, 룸메이트 친구들이 수시로 드나들 텐데 밤늦도록 같이 어울리다 보면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 부모들은 마음이 편치가 않다.
반면 당사자인 학생들은 태평이다. “여학생과 한 집에 사는 게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K씨가 물었을 때 아들의 대답은 명료했다.
“남자 셋이 살면 집안이 엉망이 될 것 같아서요. 집안에 여자가 한명 있어야 정돈도 되고 덜 시끄러워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모든 이성이 이성은 아니다. 이성으로서 끌리는 대상만이 ‘이성’ 일뿐 그 나머지는 남녀 모두 친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룸메이트가 이성인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고 그들은 반문한다.
실제로 자녀들을 키워보면 어려서부터 같이 어울려 자란 이성 친구들은 동성 친구보다 더 편할 수가 있다. 게다가 요즘은 동성애자들이 많아서 동성 룸메이트라고 꼭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경향을 반영하듯 대학 기숙사들도 성별 장벽을 점점 없애는 추세이다. 남학생 건물, 여학생 건물로 엄격히 분리되었던 기숙사는 1970년대부터 한 건물에 남학생 층, 여학생층으로 나뉘더니, 이제는 같은 층에 남학생 방과 여학생 방이 섞여있다.
그런데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대학들이 있어 부모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남녀 학생이 한방을 쓰도록 허용하는 기숙사들이다. 아무리 개방적인 미국 부모들도 좁은 기숙사 방안에 남녀 학생을 같이 지내게 한다는 데는 불안해하는 반응이다.
현재 남녀 룸메이트 기숙사가 있는 대학은 브라운, 유펜, 칼텍, UC 리버사이드 등 20여 곳. 스탠포드 등 몇몇 대학도 가을 학기부터는 이에 동참할 예정이다.
학교 측의 설명은 간단하다. 룸메이트로 잘 맞는 친구가 이성이라면 단지 이성이라는 이유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동성애자인 학생들은 이성 룸메이트가 더 편한 측면도 있다. 대학생이면 성인인데 누구와 룸메이트를 할 지 선택할 자유는 충분히 있다고 학생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부모들은 불안하다. 닫힌 공간 안에 단둘이 있는 환경은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싼 학비 내고 공부하면서 그런 환경에서 공부가 되겠느냐, 머지않아 ‘데이트 강간’ 같은 소송이 터지고야 말 것이다 … 우려가 줄을 잇는다. 대학생 자녀와 부모 사이에 진지한 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실제로 대학가에서는 룸메이트의 성별이 문제가 되지 않은 지 오래이다. 지저분하지 않고 파티 많이 하지 않고 렌트 제때 잘 내는 사람이 좋은 룸메이트이지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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