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베카 필름페스티벌에서 상영된 무성영화의 음악 작곡으로 화제가 된 NYU 스타인하르트 음대 한인 학생들.( 왼쪽부터) 김선경, 황재본, 김지환, 이진경 .
2주간 열렸던 뉴욕 최대 영화축제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인 5월4일, 영화제의 주 상영 공간이었던 페이스 대학 강당에서는 특별한 영화가 상연되고 있었다. 프랑스 무성영화의 걸작인 1827년 작 ‘두 겁쟁이(Les deux timides. 감독 르네 클레르)’가 뉴욕대 스타인하르트 챔버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상영된 것이다. 관객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아직 영화라는 매체가 성년을 맞지 못했던 시기, “그레타 가르보가 말을 하기 이전”의 순수한 형식을 접한 것도 신선했지만 오늘날의 오페라 무대와 흡사한 극장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며 영화를 감상했던 그 시절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80분간의 연주와 상영이 끝난 뒤 기립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것은 이날 연주된 영화 음악을 작곡한 한인 음악도들이었다.
김선영, 김지환, 이진경 그리고 황재본 4명의 NYU 학생이 그 주인공. 이들은 스타인하르트 음대의 영화 음악 작곡과 교수 론 새도프의 지도로 몇달간의 밤샘 작업 끝에 학생작품으로서는 전례없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론 새도프 교수가 이들에게 작곡을 맡긴 이유는 이들이 현역 음대생과 졸업생 중 가장 재능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작업을 해야 하는 특성상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팀웤도 주요 고려사항이었다고 한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이들이 경력은 만만치 않다. 하버드대에서 음악과 동아시아 연구를 전공한 김지환씨는 뉴욕대에서 영화음악작곡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공동작업한 창작 뮤지컬 ‘큐피드 등 다수의 작품을 사이키’를 오프브로드웨이에 소개했다. 역시 NYU 영화음악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진경씨는 연세대 음대 작곡과 재학 중 ‘역전의 명수’, ‘구세주’, ‘각설탕’ 등 다수의 장편 영화 음악 작업에 참여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씨는 열심히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 음악프로듀서들에게 배포한 것이 성과가 있었다며 덕분에 졸업은 좀 늦었지만 한국에서의 실무 경험들이 이번 작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5년 단편영화 ‘사과’로 아시안여성영화제에서 최우수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선경씨는 연대 작곡과를 졸업한 클래식 음악 전공자였지만 2004년 오디션을 통해 대중음악계에 입문한 이후 활발한 활동을 했었다. KBS의 인기 드라마였던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비롯해 ‘슬픈 연가’ ‘봄날’ ‘이 죽일놈의 사랑’ ‘어여쁜 당신’ 등 각종 주말극과 일일극의 OST 작업을 했고 이수영, 마야 등 대중 가수의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영화가 제작됐던 1920년대의 프랑스 음악을 연구했고 샹송의 분위기가 섞인 세미 클래식 음악으로 컨셉을 정한 뒤 4개로 각각 자신의 작곡 부분을 나누어 작업했다. 새도프 교수는 출중한 재능을 가진 4명의 젊은 코리언들이 공동작업에도 불구하고 80분동안 일관성을 잃지 않은 놀라운 작곡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영화를 감상한 안트리오의 안젤라도 이들에게 다가와 격려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색다르고 보람찬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으는 3명의 여성 음악도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 영화 음악계의 신선한 동력으로 큰 활약이 기대된다. 럿거스 로스쿨에 재학 중인 김지환씨는 ‘음악인 변호사’로 남을 예정이다. <박원영 기자>w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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