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군대얘기 하는 걸 참 좋아한다. 그의 군대 고생담에는 몸으로 체험한 삶의 지혜가 묻어 나온다. 맨 처음에 들을 때는 나도 참 재밌어 했다. 다 큰 남자들이 똑같이 단순해지고 유치해지는 군대생활이 웃기고 신기해서다.
그런데 그것도 한두번이지 4년동안 반복하니까 지겨워서 노골적으로 듣기 싫은 티를 낼 때도 남편은 끊질 않는다. 그중 하나가 구보행진에 대한 것이다. 똑같은 속도로 걷는데, 앞줄은 걷지만 뒷줄은 항상 뛴단다. 그래서 대장이 선두를 돌아가면서 세운단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런 경험은 나도 했다.
등산할 때, 앞에 가면 뒤에 가는 것보다 훨씬 덜 힘들다. 그래서 나는 산에 오를때마다 뒤쳐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앞서 갔다. 왜냐면 탈락자는 앞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뒤에 쫓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나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도 당장 앞에 닥친 일에만 코 박고 있다가 그렇게 넘어질 때가 많다. 그때마다 남편은 항상 말한다. “한발만 앞서 가라.” 내게는 요즘 한발 뒤에서 쫓아가느라고 고생하는 일이 하나 있다. 1년 넘게 누적되어 온 마이너스 살림이 그것이다.
한번 뒤쳐지니까 따라잡기 정말 힘들다. 당장 닥친 페이먼트들이 내게는 앞사람 철모다. 한발만 앞서 가자. 그래야 덜 넘어진다. 그리고 부지런하자. 그게 편한 길이다.
조이 안 / 전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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