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치료사인 오로라 존슨이 알래스카 우날라클리트 마을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돈 없어 치과의사 못 보는 환자들에게 큰 인기
수준미달 의료서비스 우려로 치과협회는 반대
베링 해협 인근에 있는 우날라클리트 마을의 치과 병원은 의자 4개가 놓여 있고 잡지가 쌓여 있는 대기실 등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병원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알래스카 치과협회와 미 치과협회가 보기에는 이곳은 매일 치과 규정을 어기고 있다. 의료 기술이 엉터리이어서가 아니고 이를 운영하고 있는 오로라 존슨이 치과의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에만 있는 프로그램에 등록해 2년간 훈련을 받은 존슨은 치아 청소나 충치 치료 같은 기본적인 업무만 보고 있다.
일부 치과 의사들은 1억명의 미국인이 적절한 치과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전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치과 전문 그룹들은 오직 4년간 치대를 다닌 사람만이 존슨 같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외국에서는 흔하지만 미국에서는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있는 학교 한 곳에서만 이를 제공한다.
미국 내 치과의사 수는 1990년 이래 변함이 없으며 향후 10년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질병통제 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치아 건강은 작년 처음으로 악화했다.
알래스카 치과협회와 미 치과협회는 치아 치료사 양성 프로그램을 금지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판사가 치과의사에 비판적인 판결을 내자 작년 여름 이를 취하했다. 그러나 미 치과협회는 다른 주로 이를 확대하는 것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현재 치아 치료사는 알래스카에서만, 그것도 원주민에 한해 치료를 할 수 있다.
주로 치과의사로 구성돼 있는 주 치과 위원회는 치과의사 감독 없이 치료사들이 시술하는 것을 수 십년째 반대해왔다. 치과의사 협회는 환자가 기준 이하의 치료를 받는 것에 반대하는 것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이들이 치료사를 값싼 경쟁자로 여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알래스카의 치아 치료사는 연봉 6만 달러를 받는데 이는 치과의사 봉급의 절반에서 ⅓ 수준이다.
알래스카 프로그램의 규모는 작다. 현재 10여명의 치료사가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결과는 긍정적이다. 지난 달 우날라클리트에서 존슨은 폴 토와락이란 10세짜리 소년의 충치를 치료해줬다. 인구 750명의 이 마을은 비행기나 스노우모빌을 타지 않고는 올 수 없는 곳이다. 존슨이 오기 전에 폴은 4년 동안 이빨 치료를 받지 못했는데 알래스카 시골 전역이 비슷한 형편이다.
신선한 야채는 드물고 단 것을 많이 먹는 알래스카 원주민들은 미국 평균보다 충치가 많은 편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틀니를 끼고 의사가 없어 썩은 이빨을 아프게 뽑는 시골 주민들이 많다.
13만6,000명의 원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방 정부 보조 프로그램은 원래 100명의 치과의사를 스탭으로 둘 예정이었지만 현재 75명밖에 채우지 못했으며 그나마 공석이 늘어나는 중이다.
치아 치료사는 이들이 없었으면 치료를 받지 못할 사람들에게 싸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알래스카 원주민 건강 컨소시엄의 치과의사이자 고문인 론 네이글은 “이런 기본적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2년간 집중적인 훈련을 받은 다음 치료사들은 간단한 이빨 뽑기나 때우기 같은 치료를 한다. 치근 치료 같은 복잡한 수술을 치과 의사에게 넘겨야 한다. 이들은 또 병원 안에서, 혹은 자료를 전송해 치과의사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알래스카 프로그램은 서서히 퍼지고 있다. 처음에는 존슨 같은 치료사는 뉴질랜드에서 훈련받았다. 미국에서는 그런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6년에야 앵커리지에 1년에 7명의 치료사를 배출하는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일러 치대가 400명의 환자에게 행해진 660회의 치료를 검토한 결과 치료 수준이 치과의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를 실시한 베일러대의 케네스 볼린 조교수에 따르면 이는 놀랄 일이 아니다. 드릴과 충치 때우기는 비교적 간단한 일이며 치료사들도 2년 동안 치과의사들이 4년간 받는 것만큼의 실습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미국 전역으로 확대해서는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치료사들이 제대로 훈련만 받는다면 치과의사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치과 협회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저가 경쟁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치료사들이 수술 도중 잇몸에서 피가 마구 쏟아지는 것 같은 비상사태에 대처하지 못 할까를 우려한다는 것이다.
미 치과 협회 회장인 마크 펠드먼은 “보다 안전하고 훌륭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협회는 그 대신 가난한 사람에게 치과의사를 찾아줄 커뮤니티 건강 보조원을 양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 가을 시작될 이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18명의 보조원을 훈련시킬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치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각자가 자기 이를 잘 관리하는 것뿐이라고 협회 측은 말한다.
그러나 치료사들은 이 프로그램이 충치가 있는데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1990년 이래 미국 인구는 22%가 늘었는데 치과의사 수는 15만 명으로 변동이 없다. 그 결과 치과의사들은 돈이 없는 환자까지 돌볼 필요가 없어 충치 환자들은 불필요한 고생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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