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기를 병은 마음에서 온다고 한다. 마음이 유약해지거나 상처를 받으면 종종 몸의 병을 얻기도 한다. ‘부모님 속 썩이지 말라’는 꾸중의 말은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상하게 하여 스트레스나 위산과다로 부모의 오장육부가 상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안 사먹으면 될 것 아닌가!” 이 말 한 마디에 많은 국민의 마음은 즉석 광우병에 걸려버렸다. 게다가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어도 즉각 수입 중단을 못하여 서민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입 쇠고기를 식탁에 올려야 할 판이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는 말이 있다. 역으로 말 한 마디 잘 못하면 천냥 빚을 질 수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 마음의 상처는 사나운 말 한 마디로 인해 쉽게 발병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은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될 것 아닌가’식의 조언대로 수입 쇠고기 안 사 먹고 질 좋고 비싼 한우를 사먹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생활형편이 궁핍한 서민들의 사정은 그렇질 못하다. 수입 쇠고기가 자신들 몫이 될 것이 자명한 터에 덤으로 얻은 광우병 못지않은 말 한 마디에 마음의 병세가 깊어진 듯하다.
광우병에 든 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려는 정책의 책임자나 언론의 기사는 보기 어렵고, 오히려 그들에게 정치나 이념의 잣대를 들여대며 괴담이나 퍼뜨리는 ‘미친 사람들’로 몰아세우려 드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광우병 피해가 과학적으로 불을 보듯 명확하여 촛불시위 현장으로 뛰어나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문제는 차별과 무시라 여긴다.
마음의 병을 철저한 과학적 근거나 경제논리로 다스리기엔 왠지 부족함이 있다. 말로 얻은 병은 말로 치유될 수도 있다. 말 때문에 생긴 광우병만이라도 우선 치유해 주었으면 한다. “함께 살자 대한민국!” 모든 국민을 한 품에 보듬고 갈 대통령과 정부의 구호이자 소신이었으면 좋겠다.
고경호/ 시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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