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기자의 눈으로 본 개성 <하>
개성의 풍광은 옛날의 흑백 사진을 꺼내 보는 것 같은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개성 출신 실향민에게 고향은 돌이킬 수 없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같은 것이었을게다. 관광객 1인당 100달러씩 북한 정부에 내는 ‘입경료’가 기아상태의 주민들을 먹이는 데 쓰일지, 세뇌를 통해 만인을 압제하는 체제를 연장하는 수단으로 사용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관광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버스 안에서 주민들이나 기타 시설을 촬영하는 일은 일절 금지돼 있으며, 북한을 나올 때는 북측 출입국관리소에서 군인들로부터 디지털 카메라(아날로그 카메라나 긴 망원렌즈는 반입금지)에 담은 사진들을 일일이 검사받는 수모를 감수해야 한다.
<글·사진 김장섭 기자>
BBC 취재팀-방짜 유기에 고사리, 두릅, 된장국 등이 담긴 ‘13첩 반상’으로 점심 식사를 한 개성 ‘백송식당’ 앞에서 영국 BBC 방송국 기자들이 남한 관광객을 상대로 취재를 하고 있다. 이들 역시 북한 주민과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관광객의 호기심 어린 시선 등을 스케치했다.
여성 해설원-정몽주의 집터에 세운 숭양서원에서 남한 관광객들에게 설명을 하고 돌아서는 여성 해설원. 이방원의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에 굴하지 않고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를 외쳤던 충신을 후손들이 기림은 백번 옳은 일이지만, 혹시 ‘우리 식대로’를 고집하며 김일성 부자에 대를 이어 ‘임 향한 일편단심’을 가질 것을 강요하기 위함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일었다.
기와집 여관-개성 남대문 북쪽에 위치한 ‘개성민속려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남한 관광객들. 100여년이 넘은 조선시대 전통 기와집 단지를 개조해 만든 총 50동의 고색창연한 숙박시설이다. 민들레며, 담쟁이며, 포도넝쿨이 아름다운, 좁다란 실개천을 따라 조성된 고즈넉한 산책로가 인상적이었다.
빛바랜 단청-조선 1573년에 세워진 숭양서원의 사당으로 오르는 길. 정몽주의 전신 초상화 등 유적들이 보관돼 있는 서원의 낡은 단청이 서글프기 그지없다. 관광지와 개성 시내 보여주는 곳의 풍경이 이 정도로 누추하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 사는 보통 북한 주민들의 궁핍이 얼마나 깊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50년만의 고향방문-미국에서 간 딸 이명애(가운데) 사모와 함께 고향인 개성을 방문, 박연폭포 앞에 선 서옥임씨(86). 일산에 사는 서씨는 “고향을 58년만에 다시 찾아 감격스럽다. 거의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 사모는 처녀시절 성이 왕씨로 고려시조 왕건의 후손이다. 왼쪽은 미주성시화본부 이사장인 최문환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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