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란 것은 60년대에 소련의 핵 공격에 대비해서 미 국방성의 주도로 이른바 ‘극비 군사시설’로 처음 만들어졌다. 핵폭탄이 미국의 주요 방송통신망을 파괴했을 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서부터 인터넷의 존재가 생겨났다. 그러다 컴퓨터끼리 서로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연결해서 네트웍을 만들면 방송국이나 신문사처럼 몇몇 구심점이 폭격을 받더라도 여전히 통신망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냈다.
그 당시 컴퓨터라는 것은 자동차 한 대 크기였고 가격은 집 한 채 정도였으며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한다는 것은 국가의 큰 사업이었다. 하지만 근 50년이 지난 지금은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인터넷은 교육계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교환과 유통 그 자체가 이미 현대교육이 되어버렸고 아울러 교육의 전달 과정에도 생각할 수 없던 일들이 일어났다.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가장 많이 쓰이게 된 단어는 당연히 “Open” 이다. 군사시설로 태어났던 인터넷은 이젠 누구에게나 모든 정보가 다 열려있는 공간이 되었다. 이 같은 컨셉은 모든 사람이 다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교육이념과 잘 맞아 대학교 강의실에도 파고들었다. 그 결과 2002년 MIT(매서추세츠 공과대학)는 그들의 강의과목을 선별해 인터넷에 오픈시켜 놓아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공짜로 MIT교수들의 강의를 공짜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강의뿐만 아니라 노트, 수업자료 그리고 심지어 시험문제까지도 다 오픈해 놓았다.
MIT는 지난 5년의 거의 전 과정인 1,800여 강의를 모두 비디오로 촬영해 인터넷에 오픈시켰다. 누구든지 MIT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강의 모두를 무료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http:// ocw.mit.edu).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끼쳐 세계의 대학들이 힘을 합쳐 최근에 Open Coursework Consortium이란 것을 만들었다(http://ocwconsortium.org). 그 컨소시엄에는 일본의 17개 대학, 미국의 9개 대학 등 유수한 대학들이 동참하고 있으며 그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현재 고려대와 경희대가 강의를 공개하고 있다. 더불어 컨소시엄을 통하지는 않지만 예일이나 다른 대학에서도 강의를 오픈시켜 놓고 있다. 학교의 생명은 강의에 있고 학교의 질도 강의실에서 매겨지며 강의실에서 학교의 모든 활동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왜 비싼 등록금을 받는 대학들이 강의를 공짜로 오픈하는가.
물론 교육이 궁극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상아탑의 대학들도 무한 경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강의내용을 녹화하고 오픈시킴으로써 교수들은 과거보다 몇 배나 더 강의 준비와 연구를 해야 한다. 강의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개되니 교수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교수들에 등급이 매겨지고 모든 강의는 TV 드리마나 쇼 프로그램처럼 적나라하게 ‘시청률’이 매겨진다. 그럼으로 실력 없는 교수들은 도태되고 돈을 내는 학생들은 더 좋은 교육을 받게 된다.
사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인터넷이 뭔지 잘 몰랐다. 어른들은 인터넷이 왜 필요한지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컴퓨터를 사달라는 아이들에게 계산기와 달력을 사주던 부모도 다수였다. 돌이켜 보면 인터넷이라는 단어를 밥 먹듯이 쓰게 된 것이 아직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넷은 지난 10년 동안 강산이 바뀌는 것 보다 백배 더 많이 우리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과거 TV 드라마에서 군고구마 장사를 하면서 길거리에서 공부해 독학으로 대학을 졸업하는 사람들이 종종 등장했다. 하지만 이젠 세계최고의 대학 MIT의 강의를 4년 동안 공짜로 듣고 ‘졸업’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앞으로의 10년도 또 그렇게 놀랍도록 바뀔것이다.
(323)442-7825
홍영권
(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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