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자녀 모국방문 문화적 자긍심 키운다
만 5년 만에 2주반 동안의 한국방문을 마치고 지난 주말에 돌아왔다. 이번 봄 학기는 안식년 학기이기에, 지난 30여년 동안 해보지 못한 한국의 봄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였다. 친정아버지와 시아버지의 산소를 방문하고, 여러 사촌들과 친척 아저씨들도 가급적 많이 만났다. 자주 가는 방문길이 아니므로, 다음에 방문할때에는 그들이 유명을 달리하고 안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고향에는 나의 유년시절과 젊은 날의 초상이 있었다.
2008년 한국의 봄은 화려하고 다채로웠다. 갖가지 봄꽃의 축제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서울의 남산 산책로에는 아키시아 꽃향기가 봄 냄새를 한층 더해 주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화려한 진분홍색의 철쭉과 연분홍색의 꽃 잔디, 도로변에는 커다란 화분에 심은 각양각색의 화사한 꽃들이 그 지역의 특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전국 각 지역의 도로 양쪽에는 아직은 키가 작지만 푸른 보리밭과 봄꽃들이 찬란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설악산을 돌아 강원도 고성의 통일 전망대에서 해금강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 및 화진포에 있는 김 일성 별장을 방문하고(비무장지대가 조성되기 전, 이곳은 북한 땅에 속했었단다.) 낙선사와, 신라시대의 의상대사와 원효대사가 다녀갔다는 의상대와 홍연암을 답사했다.
경남 진주시는 전봇대를 예쁜 꽃바구니들로 장식해 놓았고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 지역에서처럼), 남강변의 촉석루와 논개의 의암 바위는 작고한 오빠와의 유년시절을 되새기게 해주었다.
남해도로를 거쳐, 섬진강을 돌아 경남 하동군 조계산의, 영산홍등 갖가지 봄꽃으로 둘러싸인 예쁜 선암사와 평사리의 최 참판 댁(지난달에 작고한 박경리씨의 대하소설 ‘토지’의 드라마 세트장)을 낙조가 아름다운 저녁나절에 방문하고, 1900년대의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을 연상했다.
동백꽃 나무로 도로를 장식한 경남 고성군 동해면의 공룡의 발자취를 더듬고, 작은 섬들이 다소곳이 엎드린 그림같이 아름다운 해안선을 돌아, 아버지 산소를 방문하고, 이제는 타인이 살고 있는 유년시절의 우리 집과 모란꽃이 활짝 피어 있는 그 옛날의 고모집도 찾아가 보았다. 제주도의 비자림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나무 도로라는)는 하와이 호놀룰루의 대나무 도로처럼 운치 있었으며, 서귀포 앞바다는 하와이 바다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은, 빈부의 격차는 여전하지만, 현재 한국은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전반적으로 잘 살게 되었으며, 국민들은 소리 높여 정부를 매일 비판하지만, 5년 전보다 생활의 질이 훨씬 나아졌으며, 관광 한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하철의 효율적인 운영으로, 대중교통 수단이 비교적 원활하였다. 특히, 5년 전에 비해 지하철역의 화장실 및 전국 관광지의 대부분의 화장실이 입식 수세식으로 개조되어, 악취도 거의 나지 않았다.
그리고 서울의 한 지하철 역에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윤동주의 ‘서시’가, 경남 통영의 산양로에서는 청마 유치환의 ‘깃발’을 접할 수가 있었다. 또한, 통영에는 현존하는 화가 전혁림씨의 미술관이, 제주도 서귀포에는 ‘게와 물고기가 있는 가족’ 등의 ‘은지화’로 유명한 이중섭 화가 (1916-1956년)의 미술관도 있었다. 예전과는 달리, 이제 한국인들은 정서적인 활동을 추구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양상은 한국인들의 정신적·물질적인 여유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렇게 한국의 봄은 김영랑의 ‘찬란한 슬픔의 봄’이 아닌, ‘화려하고 역동적인’ 봄이었다. 이번 여름에는 뿌리 교육의 일환으로 자녀들의 한국 방문을 권한다. 자녀들의 자긍심을 기르기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클라라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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