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와 함께 오래 전부터 꼭 한번 보고 싶었던 워싱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보러 갔다. 세월이 아무리 지나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 해도, 아름다움을 향한 여성들의 열망은 지구가 존재하는 한 아마 영원히 이어져갈 것이다.
그날 무대에 선 8명의 후보자들은 처음에 모두 긴장한 듯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무대에 선다는 것은 사람들을 떨리고 불안정하게 하는데, 그들을 쳐다보면서 아마 많은 이들이 무대 반대쪽 편에 앉아 느긋이 있을 수 있음에 감사했을 것이다.
미인들의 무대 등장에 이어 능숙한 두 사람의 사회와 그룹 엠파이어의 랩 뮤직, 멋진 장고춤 공연도 곁들여졌다. 8명의 후보자들을 응원하려고 사인판 이름을 만들어 들고 온 식구들, 또 박자를 맞추며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친구들을 보면서, ‘맞어, 우리 모두 여태껏 이렇게 서로서로 도우면서 여기까지 온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던 끈끈한 가족애와 친구들의 우정이 새삼 잔잔히 가슴에 전해지는 것 같았다.
심사는 수영복 40점, 드레스 30점, 인터뷰 20점, 장기자랑 10점으로 구성 되었는데 각계의 전문적인 심사관들이 정말 힘든 심사를 하고 있었다. 객석의 손님들도 자기 나름대로 점수를 매겨 보느라 바쁜 것 같았다.
카메라가 곳곳에서 터지고, 우리 둘은 나름대로 점수를 매겨 보았는데 마침 우리 예상대로 1등, 2등, 3등이 맞아떨어져서 우리 스스로도 감탄했다. “역시 보는 눈은 같아”라며 며느리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진으로 당선된 7번 이정우 양은 다른 후보들 보다 나이가 두어 살 많은 탓인지 행동이 모두 안정감이 있고, 자신감이 넘쳐 보여 보기 좋았다. 곧 워싱턴을 대표해서 서울대회에 출전한다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어디에 가든 하나도 빠질 것 없는 미모와 지성이었다.
후보자들은 모두 젊고 아름다워 그들의 날씬한 몸매들을 보며 무감각한 내 영혼에 투명한 자극제가 되어 다가왔다. 잠시 세월의 강을 정신없이 거슬러 올라가다 문득 강 저 편에 서있는 오래전 나의 아름다운 젊은 날들을 보는 것 같았고, 새삼 그 날 들이 싱그러운 사과향이 되어 코끝에 와 닿는 것 같았다. 문득 인생의 짧음이 새삼 아쉽고, 이제부터라도 남은 나의 날들을 더 멋지게 살아가리라 다짐해본다.
딸애의 대학 후배인 며느리는 시카고에서 태어난 2세지만 부모님들이 한국말도 잘 가르쳐주신 덕분인지 “한국과 한국문화에 관한 것을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오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음악회와 또 다른 특이한 멋이 있다”면서 “정말 잘 왔다”고 몇 번이나 얘기한다. 내년에도 꼭 오자고 벌써 내게 예약을 한다.
그리고 이어 하는 말이 “어머님, 10불 갖고 두 시간 반 동안 엔터테인먼트요, 이렇게 재미있고 멋지게 즐긴 것은 처음이에요”라고 말한다. 그래 나도 어쩐지 한국이라는 글자만 들어가면 뭐든지 또 언제 들어도 무조건 좋더라. 한국말, 한국사람, 한국 떡, 코리아, 미스 코리아, 모두 모두. 그래 내년에 또 오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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