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뉴욕 주 싱싱 교도소로 한 재소자를 면회하러 갔을 때였다. 교도소 내 행사 중 만났던 한 히스패닉 재소자가 반갑게 달려와 인사를 하며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내가 가끔 면회했던 한 한인 재소자가 석사학위 수여식에서 최우수 졸업자로 연설을 했단다.
그 재소자는 연설 마지막 부분에 거기 참석한 자신의 부모와 형제에게 한국말로 소감을 이야기 했는데 타민족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말이었지만 그의 표정과 목소리에 실린 감정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었기에 모든 사람들이 울음을 터트려 졸업식장이 눈물바다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재소자는 정말 앳되고 순진하고 차분한 얼굴을 가진,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런 그가 17살 밖에 안 된 나이에 한인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에 휘말려 형을 받고 9년을 살고 있다.
그의 부모가 정성어린 뒷바라지를 해서 내가 자주 만나러 갈 필요는 없었지만 다른 재소자들을 통해 항상 좋은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대학에 이어 대학원 공부까지 하는 그를 며칠 전 면회 하며 보니 부쩍 성숙해진 그의 내면과 타고난 온화하고 과묵하고 부드러운 성품이 느껴졌다.
그런 그를 보며 내가 “이런 재소자가 있다”고 말하면 세상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렇게 착한 사람이 왜 교도소에 가요”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것이고, 그로 인해 나는 실망스러워 할 것이다.
상담 중에 마약 과다 복용으로 내 앞에서 눈동자가 획획 돌아가는 아이, 마약복용 후유증으로 나와 이야기 하면서도 깜빡 깜빡 기절 현상을 보이는 아이, 히죽히죽 웃다가 희귀하도록 험상궂은 표정으로 보이지 않는 뭔가와 이야기하다 내 물음에 잠시 정신을 되찾는 아이, 그런 아이들을 매일 대하는 나의 삶의 현장은 결코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다. 비극과 비참의 현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기적적으로 새로운 생명의 삶을 찾아가는 아이들을 보는 즐거움과 희열이 함께 있기에 나는 내 삶에 늘 감격하고 감사해 한다. 누구도 가기 싫어하는 끔찍한 교도소에서 삶이 가치 있는 인생으로 변화되어 감격과 감동을 누리는 모습을 보는 것을 천국의 삶으로 비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그러나 천국 같이 넘치는 자유 속에 살면서도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매일 보는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어디에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며, 어느 누구도 보이는 것으로 정죄하거나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상숙
유스 앤 패밀리 포커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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