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강의를 준비할 때마다 난 늘 엄마와 나의 관계를 생각해 보고 또 부모님들께도 자신들이 어렸을 때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했는가를 물어본다.
난 말을 안 듣는 편에 속하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엄마의 말이 귀에 들어온 기억이 별로 없다. 난 내 관심이 있는 일에 몰두하였고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많은 시간을 썼다. 한참 공부를 해야 할 중고등학교 때 난 펜팔에 관심이 있었고 전 세계 각 나라에서 한 사람씩이라도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허황된(?) 꿈으로 학교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편지 쓰기로 밤을 새우곤 했다. 그때 이 책 저 책에서 하고 싶은 말을 찾아 썼던 영문편지 덕분에 지금 난 영어로 글을 쓰고 그랜트를 쓰는 일을 아주 잘 하고 있다.
나만 그렇게 부모님의 말씀이 귀에 안 들리고 내가 원하는 일에만 관심을 썼을까? 우린 어린 시절 자녀로서의 행동을 너무 쉽게 잊은 것은 아닐까? 시집살이를 심하게 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었을 때 더욱 심한 시집살이를 시킨다는 말과 같이 부모님 말씀을 안 듣던 사람이 자녀를 더욱 통제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 우리는 오바마 열풍에 사로잡히고 있다. 오바마는 유학생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사람이고 흑인이다. 바로 우리 이민자의 이야기다. 눈에 보이는 모델을 통해 우리가 동기유발도 되고 자신감도 생기고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하는 사회심리학자인 반두라(Bandura)의 이론에 따르면 오바마의 힘찬 행진에서 우리는 희망을 갖게 되고 그처럼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
그러나 오바마가 이루어가고 있는 눈에 보이는 현실을 부러워하거나 자녀들이 보고 배웠으면 하는 마음만으론 크게 변화되지 않는다. 오바마의 열풍이 내 자녀 내 가정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부모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동의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교육이고 그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부모의 바람이다.
소수민족이라 안 되고, 능력이 부족해서 안 되고, 재력이 뒷받침해 줄 수 없어서 안 된다는 부정적인 생각은 자녀 교육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또한 부모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간섭하고 부모가 알고 있는 미래의 틀에 잡아넣는다면 분명 그 아이는 부모의 한계를 넘을 수 없는 것이다. 자녀의 잠재력이 극대화되는 바람이 현실로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부모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을 때이다.
오바마의 엄마는 과연 흑인이라 안 되는 일이 있다는 말을 하며 키웠을까? 자신이 교수이니 교수가 되는 길로 인도하려고 했을까? 아니면 흑인이라 꿈에도 생각해 볼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대통령에 도전을 해보라는 신념을 가르쳤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칭찬으로 자신감을 키워주고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엄마이기에 생각할 수 없는 큰 잠재력으로 역사를 새로 쓰는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에릭슨(Erickson)이 제시한 인간발달 단계에서 보면 틴에이저 때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시기이고 이 방황의 시기를 거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이루게 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기간은 대신 해줄 수도 없고 특정한 정체성을 갖도록 강요할 수도 없다. 강요를 하는 것은 오히려 역할의 혼란을 일으켜 자신의 잠재력에 걸맞는 사람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이 어렵게 된다.
진정으로 현명한 엄마는 자녀가 스스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깨우쳐 가는 과정을 믿음으로 지켜보는 사람이다. 도움이 필요한 장애자녀에게도 부모의 믿음과 허용이 잠재력을 키우는 가장 큰 힘이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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