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정서적 요인 고려해야

얼마 전 글렌데일에 사는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2학년인데 4학년 단계의 수학을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고 한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가 수학시간에 다른 공부를 해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가 수학보다는 다른 학과목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하셨다.
이어서 우리 아이가 4학년으로 월반을 하는 게 좋은 지, 아니라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은지에 관해 의견을 구하였다.
사실 이런 질문을 가끔 받아왔다. 특히 많은 한인 아이들이 수학뿐만 아니라, 대체로 모든 학과목에서 뛰어난 학습 능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월반, 즉 한 학년 또는 그 이상을 뛰어 상급반으로 옮겨가는 일은 흔한 경우가 아니다. 아이의 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요인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부는 잘해도 너무 어리면 또래 아이들과 동등하게 사귀는 게 쉽지 않다. 자칫 아이가 소외감을 느껴 학교생활을 싫어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큰 경우가 될 것이다. 또 체육시간이든, 방과 후 스포츠 활동이든 학년 단위로 구성된 팀 스포츠나 개인 경합 종목을 경쟁력 있게 소화하는 게 어려워진다.
초등학교 시절엔 학교 밖 클럽도 나이에 따라 구분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지라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신체적 불이익은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특히 체격 조건이 좋은 타 인종 아이들과 경쟁하는 것은 더욱 불리하게 돼, 재능이 있는 아이도 심한 좌절감을 겪을 수 있다.
다행히 위에 제시한 장애가 거의문제가 되지 않을 경우라면 좀 더 강한 프로그램이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하든지, 아니면 월반을 고려하는 게 좋다. 한 해 동안 너무 쉬운 학과목 시간에 아이들에게 지루함과 좌절감만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심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되물을 필요가 있다. ‘진정 우리 아이가 이 학교에서 몇 년에 한 명 나올 만한 뛰어난 아이인가.’ 말이다.
이를 알아볼 수 있는 길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대체로 2학년 시행한 지능 검사에 나온 결과를 참작한다. 상위 99.99% 이상인지 또는 그에 준한 평가를 받았는지 말이다. 아울러 매 학기 성적표에 적힌 교사의 코멘트, 즉 평가 내용을 꼼꼼히 읽어 보라. 우리 아이가 얼마나 뛰어난 학생인지 담임선생의 평가가 제일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대단히 잘하지만, 월반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
외부 경시대회 또는 장학금 지원 프로그램에 주목하라. 학급 안에서 또는 학교 안에서 아무리 뛰어나도, 다른 학교 학생과 비교하여 대단한 수준이 아닐 수 있다. 각종 학력 경시대회 가운데 아이 수준에 맞는 대회 한 두 가지를 목표로 장기간 준비하거나, 주요 장학금 프로그램에 지원하도록 준비한다면, 분명 아이들로부터 별도로 노력을 끌어낼 수 있다.
경시대회에 입상하는 것에 대해 중요한 가치를 두지 않는다면, 다양한 과외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역시 아이 혼자 자신의 취미나 재능을 계발하는 방식보다 그룹에 속해 팀웍을 익혀 나갈 수 있는 종목이 훨씬 재미도 있고 더욱 배우는 게 많다.
앞에 소개한 학생의 담임 선생님은 아이에게 수학 말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해도 좋다고 하였지만, 아이 혼자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것보다 자기 수준에 맞는 수학 교재나 문제지를 풀어보는 게 좋다. 수학 시간이라는 점을 지켜주는 게 우리 아이에게도 동료 아이들에게도 교육상 좋다. 문제는 집에서 우리 아이가 수학 실력을 더 향상시키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수학에 대해 더 이상 노력을 쏟지 않도록 유도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아이가 재능을 타고났다면 그리고 아이가 좋아한다면, 억지하기 보다는 더욱 계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213)500-9067
알렉스 정
<코암 영재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