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생 끌어안는 교육 절실
올해에도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공사립 명문대학에 입학되는 경사를 맞게 되었다. 본인들도 부모들도, 선생님들도 모두 기뻐한 것은 물론이고, 학교 전체가 한동안 축제분위기에 잠겨 있었다.
이같이 기분 좋은 무드에 젖어 있던 어느 날, 복도를 지나다가 나는 등 뒤로 제켜진 두 손에 수갑을 채인 채 학교 경찰에 호위되어서 정문으로 들어오는 두 명의 학생을 보게 되었다. 무단결석을 한 채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마침 순찰 중이던 경찰이 발견해서 학교로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학생이면 마땅히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해야지, 왜 길거리에서 배회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학생들은 교실에 들어가 보았자 재미도 없고,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것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 너무 지겨워서, 학교에 오고 싶지 않다는 대답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이 얘기를 들은 여러 선생님들 모두 이 솔직한 ‘명답’에 웃었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심각한 문제라는데 이의가 없었다.
혹시 우리가 소수의 스타 학생들 교육에만 정성을 쏟느라고, 대다수의 중간층에 있는 학생들의 교육은 소홀히 한 것은 아니었는지. 또는 만인 대학 진학이라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교육이념에 빠져서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실무, 기술교육의 기회를 많은 학생들로부터 뺏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학교가 지겨워서 오기 싫다는 아이들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과목이 분명히 있을 터인데, 우리가 개인 차를 무시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학과목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20~30년 전만 해도 고등학교 커리큘럼에는 졸업 후 곧장 직업을 얻는 학생들을 위해서 다양한 기술, 실무과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전 학생 대학진학을 목표로 한 교육정책이 세력을 얻게 되면서, 이제는 고등학교 커리큘럼에서 실무, 기술과목이 많이 빠져나가고, 그 대신 대학 입학에 필요한 소위 a부터 g에 이르는 학과목들이 많이 강화된 것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주어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같은 전학생 대학 진학 목표는 실현 가능성이 적을 뿐 아니라, 꼭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 교육 현장에서 오랜 세월 학생들을 지도해 온 교사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뚜렷한 목표도 없이 그저 남이 가니까 나도 간다는 식의 대학 진학보다는, 각자의 재능과 취향에 맞는 분야를 찾아서 실속 있는 실무, 기술교육을 받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는 것이 경제적인 안정과 행복의 추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첩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시간 동안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고등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직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수준에는 한참 미달일 수 있지만, 2년제 초급대학이나 기술전문 대학이 바로 이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기술교육과 직업교육 강화 주장은 까딱하면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이나 특정계층에 대한 차별이라고 공격을 받기 쉽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이라는 주장이 철없는 학생들의 잘못된 생각임에는 틀림없지만, 동시에 이렇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법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재미있고도 쓸모 있는 맞춤교육을 제공해야 하느냐가 교육계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