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의 또 다른 불만의 하나는 미국 내 처방약 값에 관한 것이다. 매케인 대통령 후보가 후보 토론에 나와서 제약회사에 대해서 “They are all thieves”라고 말한 적이 있다. 투박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제약회사의 로비를 끊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다.
미국 내 제약업계는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 등 정부에 의해서 운영되는 보험회사뿐 아니라 민간보험 회사에 대한 막대한 로비를 통해서 높은 약값을 유지하는 정책을 사용해 왔다. 신약개발에 드는 막대한 약 개발비용 때문에 높은 약값은 불가피하다고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는 것을 많이 본다.
한 예를 들어보자. 고혈압에 사용되는 신약들의 가격을 보면 한 달분이 100달러 내외로 미 중산층의 구매력으로 볼 때는 쉽게 구입할 수가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 만든 똑같은 약이 캐나다에서는 50달러, 절반에 팔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나라의 같은 공장에서 만든 약이 국경을 건너면서 두 배로 오른다는 사실이 바로 미국 의료제도의 실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캐나다는 유럽과 마찬가지로 사회 의료제도 하에 있기 때문에 제약회사에서 로비를 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약값이 미국에 비해서 낮은 것은 당연하다. 많은 미국인들이 캐나다에서 약을 사오기 위해서 국경을 건너거나 인터넷으로 약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고약가 정책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약회사에서는 시장에서 얻는 막대한 수익으로 지난 20~30년 동안 신약의 임상실험이 방대하게 이루어져 왔는데 이 덕분에 새로 개발된 약물의 효능에 대한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부작용이 적으면서 효과적인 신약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 미국인들은 고급 의료를 위해서는 높은 가격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현대 의료의 눈부신 발달로 인해서 인간의 수명은 해마다 길어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의 이면에는 엄청난 액수의 신약 개발비와 새로운 의료장비를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 및 투자가 있어 왔다. 따라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미국에서 앞으로 정해진 예산으로 의료에 대한 높은 기대를 계속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리 지적한 문제점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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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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