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대학을 다닐 때 한 교수님과 자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우린 인종과 연령을 넘어 깊은 우정을 맺게 되었다. 그렇다고 심각하고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교수님께 청개구리에 대한 옛날 이야기를 해드리다가 영어로 번역을 하는 과정에 개구리가 녹색인데 왜 파란색인 청개구리라고 했을까 하며 우물쭈물 하는 중에 그 교수님은 한국 사람들이 다 색맹이냐고 해서 마주보고 깔깔 웃었다. 그 후 우린 말 안 듣는 사람을 영어로 Blue Frog라고 부르기로 했다.
난 청개구리의 대명사일지도 모른다.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는 일만 골라서 했고 그런 자신의 모습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지냈다. 엄마는 내가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니 밖에 혼자 다닐 때 걱정이 태산 같으셨을 테고, 그래서 늘 “하지 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수영을 하면 물에 빠져죽으니 물가에 가지마라. 자전거를 타면 다리가 부러지니 타지마라. 뛰어다니면 넘어지니 뛰지마라. 만화책을 보면 공부를 못하니 만화가게를 가지마라”
그런데 난 그 “하지마라”라는 말이 귓전에도 들리지 않았다.
친구들이 수영을 가면 앞장서서 물가를 찾았고 자전거를 타기 위해 효창공원에서 수도 없이 넘어지며 먼지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집 근처에 있는 만화가게에서는 엄마에게 들킬 수가 있기 때문에 점점 멀리 다른 동네로 진출을 하기도 했다. 자라는 동안 나만 Blue Frog이었을까? 아니다. 나보다 훨씬 더 심한 Blue Frog을 신문기사에서 보았다.
이제 곧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된다. 난 벌써부터 하루하루 손꼽아가며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더욱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남아공의 피스토리우스라는 육상선수가 날 흥분하게 한다. 그는 두 다리를 절단한 장애인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장애인이 일반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된 사람이다. 그는 다리가 없어서 뛸 수도 없다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어야 했고 다리가 없으니 뛰어서도 안 된다는 세상의 벽을 뛰어 넘은 것이다.
피스토리우스는 부모와 가족의 “하지마라”뿐만 아니라 사회와 세상의 “하지마라”라는 말을 귓전으로도 듣지 않는 진짜 Blue Frog인 것이다. 그는 지금 자신의 육상기록을 갖게 되기까지 얼마나 험한 자신과의 싸움을 했을까?
난 그의 기사를 보고 인터넷에 수없이 올라온 그의 동영상을 보며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저 뛰는 일만으로도 벅차고 바쁘기에 주변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들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청개구리 근성이다. 끝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보고자 하는 마음. 자신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도록 끝까지 포지하지 않고 싸우는 마음. 바로 이 정신을 키워주는 것이 장애인을 돕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 마음이 있어야 자신의 한계뿐만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 놓은 한계를 이겨나갈 수 있다.
피스토리우스처럼 자신의 장애와 세상이 만들어 놓은 장애물을 뛰어넘는 마음을 키우기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부모가 자녀의 장애를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스스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그 안에서 작은 노력과 성과를 칭찬으로 격려하는 것이다. 난 모든 장애인들이 이 피스토리우스처럼 하지 말라는 것을 굳이 도전해보는 Blue Frog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효선 교수<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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