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에세이에서 무엇을 찾고자 하는가?
필자의 정신건강센터에 최근까지 UCLA에서 입학서류 심사를 해 오던 D라는 사람이 인사국장으로 부임해 왔다.
D는 새 심리치료사 채용 때마다 어찌나 서류를 꼬장꼬장하게 챙겨대는지 급하게 치료사를 채용해서 자리를 채워야 하는 필자와 여러 번 업무상 충돌이 있었는데 필자가 물어보았다. 입학원서 심사에서 무엇을 찾고자 하는지 말이다.
오늘날은 객관적으로 사람의 지적 능력, 학업 성취도, 그리고 성품 행동을 검사해 볼 수 있는 심리측정 자료들이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어서 신뢰도 높은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학습 능력과 학업 성취도는 표준학력 시험인 SAT나 ACT 시험 성적과 학교 GPA로 평가가 가능하지만 학생의 성품이나 행동은 무엇으로 판단하고자 할까?
인터뷰를 하는 학교들도 있지만 인터뷰 없이 바로 입학을 결정하는 학교들도 많은데 UC 계열도 그 중의 하나이다. D국장은 투사 심리검사법(www.drsohn. net 참고) 같은 것으로 학생의 성품을 평가할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에세이를 통하여 학생의 됨됨이를 판단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UC는 선생님 추천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학생의 에세이에서 무엇을 읽고자 하는가?
UC의 경우 우선 에세이(personal statement)에 무엇을 쓰라고 하는지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시에서 두 가지를 쓰라고 명시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 가지만 써서 보내오는 학생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 학생의 성품에서 여러 가지를 드러내게 된다.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것이 첫째이고 그 다음은 충동성, 주의력 결핍과 같은 부정적인 행동면모를 엿보이게 한다. 두 번째는 주어진 topic에 충실하게 따라서 에세이를 썼는지 평가를 한다고 했다. 자신의 성장 배경이나 환경, 성격적 특성, 개인 성취도, 사회 기여도, 그리고 중요한 사회경험 등을 쓰라고 하면 이런 것을 주제로 다루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초점을 벗어나서 자신의 힘들고 어려웠던 사정들이나 부정적이고 극적인 사건들을 부각해 놓는 에세이도 있다는 것이다.
D국장은 또 철자, 구두점, 불완전 문장 같은 기본 작문 능력에 문제가 있는 에세이도 싫어한다고 했다. 그리고 또 “You need to sell yourself.”라고 했다. 에세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입학심사 위원에게 ‘파는 도구’라면서 “sell yourself”를 강조했다. 그래서 에세이는 무엇보다도 학생의 정체성(self-identity)을 나타내 보여야 한다고 했다. 스스로를 통찰력 있게 분석하여 자신만의 글을 쓰면 그 에세이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자기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에세이는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필자가 자주 만나는 1.5세, 2세 학생들을 떠올려 보았다. 자기 자신에 대해 한 번 평가해 보라는 질문이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를 분석해 보라면 복잡한 미적분 문제를 푸는 일보다 더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자주 보아온다.
스스로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라이프 스토리, 성격적 특성, 행동방식, 윤리의식, 장단점 등을 분석해 보라면 문장 하나를 완성하는데 매우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말이다.
또 이들이 스스로를 평가한 글을 읽어보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서 이런 자의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필자는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속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줄 알고 자기 존중심이 뚜렷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모와의 관계가 모가 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자녀를 대할 때 자신도 모르게 억압, 질책, 추궁, 나무람이 앞서거나 아니면 방치하고 무관심하면 자녀들은 이렇게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자의식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이렇게 글을 쓸 때도 나타나고 있다.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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