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 직원과 한바탕 입씨름을 했다. 그 결과 내가 원하던 바를 얻고 나왔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대화를 돌이켜 보니 마음이 영 개운치가 않았다. 내가 ‘욱’ 한 이유는 직원이 통역을 찾으려 해서였다. ‘이 사람이 나를 무시하네’ 하는 마음이 불끈 솟아오르면서 ‘나도 영어 할 줄 안다’ 하고 따졌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처음부터 말을 잘 못 알아들었던 것이었다.
남편과 함께 하면서 서로가 가장 힘들어 하는 것도 그 부분이다. 우리가 잘 살려면 이러 이러한 것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그동안 나를 못마땅하게 봤다는 얘기군’ 하는 삐딱한 마음이 욱하고 나온다. 그때부터 내가 듣기 싫은 티를 내니까, 잘 해보자고 시작한 대화는 싸움이 된다. 그때마다 논리로 먹고 사는 엔지니어인 남편은 질색을 한다.
이민자들은 낯설고 말 설은 나라에 와 살면서 자그마한 일에도 발끈할 때가 많다. 약점을 들킨 것 같아 신경질 나고 내가 모르게 손해보는 것이 있지 않을까 불안해서 그런다고 생각한다. 열등감에 눈이 가려서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욱 하는 마음 때문에 길을 잃고, 괜한 오해와 나쁜 감정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면, 이 땅에서의 삶은 더 아름다울 것이다.
조이 안/ 전 방송작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