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시국미사를 시작으로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주요 종단들이 가세함으로써 한국의 촛불문화제는 각계각층을 망라한 ‘국민의 소리’가 됐다.
그런데도 보수언론과 정당, 그리고 해당 정부 기관들은 그 배후가 의심스럽다며 국민이 무지하다거나 친북좌파의 선동 때문이라고 책임회피를 한다. 때로는 사회와 정부에 대한 불평불만 분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연극도 벌인다. 가끔 지난 정부 탓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배후’ 운운하며 멀쩡한 사람을 친북좌파로 몰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독재자들이 차례로 즐겨 써먹었던 편리한 ‘올가미’이다.
정부의 경제구조개혁에 대한 거부,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불만, 고의적으로 조성하는 남북관계의 경색에 대한 반항, 총체적 외교 실패에 대한 원성 등 온갖 불평불만이 분노가 되어 촛불로 불타오르는 것이 바로 촛불시위의 전부라는 결론을 내려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아직도 촛불의 배후를 친북좌파로 지목하고 미국의 비위를 상하게 할까봐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한 이명박대통령이 이번에는 “대한민국을 미국에 봉헌하도록 알현하려는 것”으로밖에 달리 볼 수가 없다.
촛불의 진짜 배후는 힘없고, 춥고, 배고픈 백성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한다면 정말 슬픈 일이다.
이흥로/매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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