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구가 우리집에 온 지 3년 2개월, 두리가 가족이 된 지도 벌써 1년7개월이 되었다. 그간 우리집 진돗개들이 새끼 낳기를 학수고대하였지만 도대체 가망 없는 듯 싶었다. 그런데 2년이 가시기 전에 새 식구를 맞을 것 같아 큰 기대를 해본다. 어젯밤 10시경 드디어 핑구와 두리가 합을 이룬 것이다. 맛있는 고깃국이라도 진상해야겠다. 두리가 최선을 다해 예쁜 새끼를 6~7마리 낳았으면 좋겠다. 핑구의 태도도 많이 변했다. 두리에게 많은 것을 양보해 주는 것이 확실히 보인다. 두리는 오히려 당당해지고 덩치 큰 핑구는 반면 두리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 다니며 환심을 살려고 한다. 먹을 때면 결코 양보가 없던 핑구, 웬일인지 두리가 먼저 먹기를 기다려주기까지 한다. 정말 신통하다. 자기 새끼를 가진 것 같으니까 사람보다 더 배려하는 것은 아닌지. 두리에게 더욱 정이 가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모양이다. 원래도 점잖은 핑구지만 이젠 양보도 알고 배려도 알고 보호를 시작하는 것 같다. 동물의 본능에도 틀림없이 자기 짝과 자식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있다 보다.
어떤 동물도 사람보다는 욕심이 많지 않다고 한다. 먹을 만큼 먹고 배부르면 더 이상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 사람의 욕심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가진 자가 더 가지려 하고 APT 몇 채를 가지고서도 더 가지려고 탐을 내니 말이다. 인간이 인성을 잃으면 가장 나쁜 동물이 되는 모양이다.
우리 집 진돗개 2마리, 핑구와 두리는 볼수록 사랑스럽고 친밀한 친구가 되었다. 첫째 이유는 주인에게 절대 복종하기 때문이다. 큰 소리로 야단치면 자기들이 잘못한 짓을 즉각 뉘우치는지 애교를 부리기 시작한다. 꼬리를 내리고 땅바닥에 슬슬 기면서 지긋이 눈을 감고는 ‘이번만 용서해 주세요’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귀여워 지고 자꾸만 사랑스러워진다. 말은 못하지만 거짓 없는 행동으로 그들은 우리 인간들의 상한 마음을 치료해주기도 한다. 또한 절대자에게 순종하고 배신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사랑 받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몸으로 가르쳐 준다. ‘얻기’보다는 ‘나눠주기’,’베풀기’가 진정한 즐거움이란 것을 아는 것도 같다.
둘째로는 차 소리만 들어도 주인이 온 것을 알고서 잊지 않고 영접해 준다. 그리고 누군가 찾아오는 손님이 있으면 먼저 짖어 준다. 그래서 미리 알고 손님 맞을 준비도 하고 대문도 열어 맞이하게 한다.
셋째로는 뒷마당의 침입자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한동안 소란을 피우던 쥐새끼들도 이젠 거의 소탕한 것 같으며, 때론 자기들 먹이를 훔쳐먹는 새들까지도 공격해서 체포 하기도 한다. 그런데 느릿느릿 점핑하는 두꺼비는 지켜보기만 하지 물거나 공격하지 않으니 신기하다. 왜 그럴까. 이유가 무엇일까. 물어 봐도 대답 않지만 짐작이 간다. 두꺼비가 툭 튀어 나온 커다란 눈망울로 호소하는 모양이다. ‘견공님, 제발 살려주세요. 우리 집엔 기다리는 새끼들이 있어요’ 아니면 ‘엄마 아빠 보고 싶어 빨리 집으로 가야 되요.’라고 하는 마음이 교감하는 것일까. 아니면 빨리 도망도 가지 못하고 느림보 짓을 하는 놈들이 하도 한심스러워 ‘그래 잘 가거라’ 하며 특별 통행증을 발급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도 예외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원칙만 고수하다가 원만한 해결을 보지 못하고 다투고 고소하고 전쟁하고 남에게 아픔만 주는 것 보다는 때론 못 본 채 덮어주는 지혜도 배울 만하다.
우리집 진돗개들은 한국사람은 다 좋아한다. 김치 냄새가 친밀감을 주는 것일까
한국말이 다정해서일까 아니면 주인과 닮아 보이니까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하여튼 그들의 속마음까지 나는 알 수가 없지만 영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0월 초순경이면 새끼들이 탄생될지 기대해 보면서 어제는 오랜만에 두 놈 모두 샴푸로 깨끗이 샤워시켜 주었다. 시원한 지 도망치지 않고 고분고분한 것이 더욱더 사랑스러웠다. 뜨거운 햇살의 열기가 아직은 대단하지만 핑구, 두리, 나 이렇게 셋이 함께 석양을 맞으며 즐거움으로 더위를 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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