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오니/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년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고려 말 성리학으로 이름을 날린 대학자 길재(1353-1419)가 권세 있는 신하들이 부정부패를 일삼고 나라와 백성을 돌보지 않은 최악의 시기에 고려 왕조가 멸망하고 조선왕조가 창업되자 산야에 묻혀 여생을 보내면서 지은 것이다.
유학자 길재의 시상과는 다르지만 25년 만에 워싱턴 D.C.에 가보니 현역시절과 퇴역시절이 교차되면서 만감이 오가는 착잡한 심정이었다.
25년 전 별 하나 달고 한미연례안보회의의 선발대로 처음 워싱턴 D.C에 도착했을 때였다. 펜타곤 사람들의 콧대 높은 접대 태도에 기분이 상한 나는 주말인데도 고위층 인사의 면접을 요청했다. 그리고는 세계 제일의 강국이 면적으로 95분의 1밖에 되지 않은 나라에서 왔다고 괄시 하는가라고 강력히 항의하자 당장 태도가 달라지면서 극진한 대우를 해주었다.
이번에는 LA에 거주하는 민간인 신분으로 베트남전 참전 전우들의 초대로 워싱턴을 방문했다. 전우들과 좌담도 하고 워싱턴 기념탑, 백악관, 국회의사당, 펜타곤, 6.25 한국전쟁기념 동상 등지를 돌아보았다.
유학자 길재의 시조처럼 9.11의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음에도 세계 정치 1번지의 상징들은 흔들림 없이 그때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었다. 다만 그 때 그 인재들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제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은 예전의 기백은 사라지고 모두가 회갑을 넘겨 손자 손녀를 데리고 기념행사에 참석한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인생의 무상함과 세월의 유수함을 느꼈다. 나는 전우들에게 재미동포의 선봉이 되어 조국수호와 발전을 위해 굳게 뭉쳐 큰 영향력을 발휘하여 줄 것을 당부하고 떠나 왔다.
박종식
예비역 육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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