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장차 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으로 훌륭하게 성장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의 것들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세 가지는 좋은 책과 좋은 친구 그리고 좋은 스승이다. 이 세 가지 모두 한 사람이 나서 죽을 때까지 어느 시점에서나 다 중요하지만 특별히 유년기 때는 좋은 책이, 청소년기에는 좋은 친구가 그리고 청년기 이후부터는 좋은 스승이 한 사람의 운명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인간의 발생과정에 있어 몸의 대부분의 기본적인 발달은 태어날 즈음에는 거의 완료되고 출생과 동시에 성장이 시작된다. 하지만 우리 몸의 가장 복잡한 장기인 두뇌는 태어나서부터 비로소 본격적인 발달이 시작되어 유년기를 거쳐 아동기 이상까지 발달이 진행된다고 믿어진다. 또한 몸의 다른 부분과는 다르게 두뇌 발달은 자체적(autonomous)이 아니라 외부환경과의 철저한 상호작용(interactive)에 의해 그 발달정도가 결정된다.
이 외부환경이라는 것은 그 두뇌가 보고 인지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인풋(input)이다. 그래서 좋은 두뇌는 유전과 환경이 동시에 만든 합작품이다. 발달중인 두뇌는 진공청소기처럼 무엇이든지 빨아들이며 또한 그 빨려 들어온 것은 두뇌의 발달을 더더욱 가속화 한다. 이것은 빨려 들어온 것들이 단지 지식의 축적에 지나지 않는 성인의 두뇌와는 차이가 나는 점이다.
그러므로 어린 시절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두뇌의 내부에 고속도로망 혹은 전산망을 체계적으로 건설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브레인파워’는 단지 두뇌의 정보처리 속도나 저장능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년기나 아동기의 좋은 책들은 어린 두뇌의 체계적인 형성과 발달을 이끌어 브레인 파워를 높이는데 너무도 중요한 인풋으로 작용한다.
좋은 친구는 청소년기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발휘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부모나 학교 선생님들과의 수직적 관계에서보다 수평적인 또래 친구들 간에서 서로 주고받는 영향이 훨씬 크다. 청소년기는 성인기와는 달리 별 이해 관계없이 순수하게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이다. 사실 청소년기의 친구의 중요성은 강조하지 않더라도 다 아는 사실이며 ‘부모 팔아 친구 사라’는 말까지 있다.
친구라는 것은 모르는 사이에 서로 물들어 가는 것이다. 좋은 친구끼리 같이 있으면 좋은 영향을 받고 나쁜 친구와 있으면 반드시 나쁜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아이들은 원래 쿨(cool)한 친구들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쿨 한 것이 항상 좋고 바른 것은 아니며 또한 좋고 바른 것은 항상 쿨 하지만은 않다. 필자는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꼭 종교를 갖게 해서 바른 생활과 사고를 갖고 있는 또래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는 것을 제일 권장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좋은 스승을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의 엄청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청소년과 청년들이 진로에 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방황할 때 좋은 스승은 나침판과 지도가 되어주며 격려와 충고를 준다.
우리 가운데 청소년기/청년기에 심각한 고민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에게나 자기의 인생은 중요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해답을 찾고 갈등한다. 하지만 애타게 스승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드물다. 스승이라 해서 반드시 고귀하고 존엄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옛말에 세 사람이 걸어가면 그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했다.
바른 길과 충고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 좋은 스승으로 존경할 수 있고 그런 스승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우리들은 아이들이 좋은 책과 좋은 친구 그리고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 분명히 그 세 가지는 아이들의 운명을 바꾸는데 충분하기 때문이다.
홍영권
(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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