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버려야 하는 것들이 있다. 눈에 보이는 외형적 쓰레기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쓰레기이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바깥 쓰레기는 열심히 버리며 산다. 냄새 나고 더러운 꼴을 잠시도 볼 수 없어 바쁜 생활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부지런히 쓸고 닦으며 쓰레기를 미련 없이 버린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 내면의 쓰레기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고, 너그럽기까지 하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매주 월요일이 쓰레기 수거 날이다. 월요일 아침이면 쓰레기통들이 집앞 도로변에 일제히 나와 있다. 집집마다 일주일 동안 생활 속에서 버려지는 쓰레기 분량은 참으로 엄청나다. 대부분의 쓰레기통들은 뚜껑을 닫지 못한 채 꾸역꾸역 넘쳐 난다.
재활용 쓰레기를 담는 노란 플라스틱 쓰레기통 또한 각종 인쇄물, 홍보용 책자, 신문잡지, 과일 상자 등으로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매주 마다 배출되는 이 엄청난 쓰레기들을 받아들일 데가 아직도 이 땅 어디엔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우며, 고맙게까지 여겨지면서도 어쩌자고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사들이고, 많이 먹고, 많이 버리는 걸까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소비가 미덕인 것 같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새 물건을 자꾸 사들이다 보니 자연히 헌 것은 버려야 하는 사태가 오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쓸 만한 온갖 집기류가 버려진다.
또 그런가하면 물건을 잃어 버려도 찾지를 않고 새 것을 사고 만다. 이렇게 마구 버리는 것을 자랑인양 내세우는 과소비는 그 자체로 악덕이자 쓰레기 공해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죄악이 된다.
지금은 어려운 때라고들 한다. 지금이야말로 잘 버리는 지혜가 요구된다. 잘 버린다는 말은 마구 버린다는 말이 아니라 잘 가려서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애초에 자기의 경제 능력에 적합한 것인가를 따져 본 후 꼭 필요한 것만 사는 습관이 필요하다. 즉흥적인 충동구매로 물건을 사놓고 금방 후회를 한다든가 싫증을 느끼게 되면 아까운 것을 그냥 버리게 된다. 이런 식의 구매는 낭비이다.
또한 버려서는 안 될 것을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무엇인가가 변하지 않고 옛날 모습 그대로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며 즐거움이다. 아무리 낡고 오래된 것이라 해도 거기엔 온갖 애환이 서리서리 얽혀있기에 그 고풍스런 분위기 속에 깊은 인생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창조 행위에서 무한한 기쁨을 얻는 존재이다. 못 쓴다고 버릴 것을 이용하여 훌륭한 물건을 다시 만들어 내었을 때 기쁨은 대단히 크며 그 물건에 대한 애착 또한 클 것이다. 다시 쓸 수 있는 것은 재생하여 재활용해야 하고, 반드시 버려야 하는 이 빠진 접시는 깨끗이 버려야 한다.
잘 버릴 줄 아는 지혜란 불필요한 품목을 아예 장만 하지 않는 절제와 어떤 것을 오래 간수하고 어떤 것을 재활용하며 어떤 것을 아주 버려야 하는가를 가릴 수 있는 분별력일 것이다.
아름다운 산과 들, 바다와 강이 더 이상 쓰레기로 덮이기 전에 우리들에게 절대적으로 분별력이 필요한 때이다.
김영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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