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여름은 너무 건조하다. 그래서 비가 주룩주룩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비에 대한 여러 추억들을 그려 보기도 한다.
난 무척 비를 좋아한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에 온갖 것들이 말끔히 목욕을 한듯 산뜻해지고 내 마음도 시원하게 씻겨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친구들과 전라남도 홍도로 캠핑을 간적이 있다. 바닷가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고 있었는데 한밤중에 갑자기 바다를 때리는 우레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성난 바다가 포효 하고 사납게 쏟아지는 빗소리, 천둥소리, 여기저기 텐트 안에서 부르짖는 음성들. 얼마나 놀랐으면 같이 자던 친구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지금도 그 강렬했던 순간의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엄청나게 무서우면서도 강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자연의 현상에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렸을 적 장마 때면 평소에는 물이 별로 없던 냇가에 어디서 그 많은 물이 흘러 왔는지 다리 위까지 물이 차오르는 게 신기했다. 지금 생각하면 물난리로 가슴 아픈 일이었는데 어린 나는 마냥 재미있기만 했었다.
자연은 이렇듯 넘치게 주기도 하고 모자라게 주기도 한다. 우리에게 넘치고 모자라는 가운데서도 조화를 이루며 사는 지혜를 터득하라는 자연의 암시인 것 같다.
요즈음은 우리네 생활도 가뭄이 든 것 같다. 불경기로 많은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이럴 때 비라도 푸짐하게 내려 줬으면 좋겠다.
백인경/자영업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