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기간 함부르크에서 볼 수 있는 부활절 장식.
처음 함부르크에 갔을 때 느낀 것은 무척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본 이 세상의 여러 도시 중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구요. 그래서 제가 한 첫 마디가 아니, 당신 뉴욕에서 뭐하고 있어?였습니다. 인구 200만이 넘는 국제적인 도시. 시의 가운데에 알스터 호수가 있고 거기서부터 물손이 여럿 뻗쳐 있습니다. 수많은 나무와 공원이 있어 중심지에 있어도 교외와 같은 느낌이 들게 됩니다.
엘베강 옆으로는 산보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있고 모래사장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습니다. 강을 통해 항구로 들어오는 어마어마한 대형 선박이 미끄러지듯이 지나가는 모습. 참으로 인상적이지요. 항상 그것을 보며 지내는 이곳 사람들도 발을 멈추고 쳐다보더군요. 레스토랑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 대형 선박의 모습을 보는 것이 단연 함부르크 최고의 멋입니다.예부터 무역으로 외국인이 많이 드나든 역사 깊은 도시이고 옛날 부자들이 많아 아름다운 집이 수도 없이 많은 곳이지요. 마음에 드는 집을 맘대로 지을 수 있다면 저는 단연 함부르크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것입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비롯하여 장식에 무
척 신경을 쓰지요. 밤이 되어도 커튼을 별로 내리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차를 몰고 가면서 구경하느라 정신을 못 차립니다. 자기들이 갖고 있는 옛날 것을 무척이나 잘 보존 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헐고 새로운 현대적인 빌딩을 짓지 않고 주위의 옛날 빌딩과 어울리게 다시 지은 곳이 많기 때문에 분위기가 있게 보이는 곳입니다.
오페라, 음악회, 연극, 미술 전시회 같은 문화 행사가 항상 줄을 잇고 멋을 낸 레스토랑, 카페, 바 등이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멋지게 모양을 낼 수 있는 고급 물품도 많아서, 있으면 돈을 무진장 쓸 수 있는 곳도 바로 여기입니다. 섹스 숍이 있는 것으로 외국에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상파울리는 함부르크에서는 그저 한 쪽 구석의 동네에 지나지 않습니다. 관광 책자마다 상파울리를 외치면서 뭐 희귀한 것이라도 볼 수 있듯이 떠드는데요, 여자들이 남자를 유혹하는 그런 길이 한 둘 있는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더군다나 연극을 볼 수 있는 극장도 있고 특이한 레스토랑이 많아 보통 사람들도 많이 드나듭니다.
어디를 가나 깨끗하였습니다. 수퍼 마켓이거나 작은 상점이거나 아주 깨끗 하구요.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동네 야외 시장도 깨끗했습니다. 길에 다니면서 더러운 차를 보기 힘든 것은 물론이구요. 집도 고치고 반듯하게 정돈하고 칠해 놓고 살지요. 깨끗한 것은 우리 집도 마찬가지이지만 하나도 흐트러진 것이 없이 제가 정돈되게 하지 못하는 것이 남편을 미치게 하는 것. 문제는 약간 흐트러진 것이 제 눈에는 흐트러진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똑같은 눈으로 본다면 미리 알고 정리 하겠지만 보는 눈이 다른 것을 어떻게 합니까? 북 독일 사람들은 별로 웃는 일이 없기 때문에 딱딱한 인상을 주는 적이 많더군요. 입버릇처럼 침울한 날씨 탓을 많이 합니다. 북 독일이라는 말을 강조한 것은 표정이 밝은 남쪽 사람들은
좀 다르기 때문이지요. 모든 일을 계획을 짜서 체계적으로 해 나가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닌가! 거만해 보이는 첫 인상은 거만한 것 보다는 원래 좀 거리감을 두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동양 여자라서 그런가 하고도 생각 했지만 독일 남자와 결혼한 오스트리아 여자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원래 남을 잘 붙여 주지 않는 것이지요. 뭐 친구가 왔다거나 특별한 일이 있으면 하려고 계획했던 것이 있어도 좀 옆으로 비킬 수도 있으련만. 나쁘게 말하면 융통성이 왜 그리도 없는지. 모든 것을 ‘적당히’ 하는 사고방식으로 자란 저에게는 이만 저만 딱딱한 기분이 드는 게 아니지요. 가끔 남편도 융통성 없고 딱딱한 독일사람 흉을 보면, 당신은 외국에 오래 살아서 많이 나아졌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당신도 완전한 독일 사람이야라고 결론을 내려 줍니다.
그 정확성에 대한 얘기를 하나 하자면 처음 와서 사람들을 초대 하였더니 예정된 시간의 종소리와 함께 ‘딩동’ 하는 초인종이 울려서 아연실색 하였습니다. 미국에서는 20분내지 30분 늦게 도착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15분만 늦어도 전화를 하더군요. 사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친구가 되면 진짜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되는 것은 아
주 좋은 점입니다. 또 딱딱해 보이는 이면에는 아주 아기자기 하고 아담하게 집을 가꾸고 꽃으로 분위기를 만드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어린아이 때부터 그런 것을 정성들여 보여 주며 기르기 때문에 몸에 배이며 자라지요.
어디를 가나 꽃! 초대를 받으면 으레 꽃을 들고 찾아 가지요. 꽃집에서는 그냥 꽃에다가 뭐 잎사귀 몇을 섞어 주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빛깔이 있는 열매라든가 가느다란 마른 나무 가지라던가 잎사귀 모양이 아름다운 것과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커다란 함박꽃 하나 혹은 아마릴러스 하나를 주인공으로 하고 거기에 맞는 들러리를 어쩌면 그렇게 잘 골라서 작품을 만들어 놓는지! 꼭 커야만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니더군요.이 사람들의 주식이요 간식인 줄 알았던 소시지와 사워크라우트(시큼한 양배추란 뜻)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야외시장 한 귀퉁이에서 가끔 구경할 수 있는 것이 고작이더군요. 그런 것을 서브하는 레스토랑도 시골에 간혹 있을 뿐이었습니다.
별로 비싸지 않으면서도 잘 만든 여러 나라 음식을 맛볼 수 있는데 차원이 높은 이탈리아 음식점이 유난히 많습니다. 독일 음식도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멋없고 맛없는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접시에 내어 놓는 것도 현대인의 감각을 살려 내어놓지요. 이곳의 유명한 잔잔한 새우 스프는 생크림을 부풀려 넣어 고급스럽게 보이고, 그 평범해 보이는 롤라든(얇게 저민 소고기에 속을 넣어 익히는 것)도 날라 갈 것같이 가볍게 만든 으껜 감자 위에 올려놓고 바삭 거리게 튀긴 양파를 얹어 내 놓아서 놀랬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동네 알토나(Altona)에 있는 아이젠스타인(Eisenstein)이라는 레스토랑은 꼭 뉴욕 소호에 있는 레스토랑 같이 옛날 공장을 개조한 곳인데요. 높다란 천장에 벽의 벽돌을 그대로 드러낸 곳입니다. 다른 요리도 잘 하지만 특히 돌 오븐에 구운 피자를 유난히 잘 만들지요. 얇게 핀 치즈 위에 새우와 풋고추 썰어 얹은 것을 너무나 잘 만들었다고 생각 했는데 그 다음 번에 국제 여성클럽 회원들과 함께 갔을 때는 크렘푸레쉬(미국의 사워크림과 비슷)와 시금치를 얹은 것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콜드컷의 종류도 많았거니와 질이 아주 좋구요. 군둥내가 나는 검은 빵도 여러 가지였습니다. 부드럽고 졸깃한 맛이 있는 것도 있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것도 시간이 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여러 곡물을 섞은 구수한 빵의 종류도 많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있다가 다른 나라를 가면 아쉬운 것은 이 구수한 빵입니다. 아 아침에 먹는 프랑스의 그 바게트를 빼구요. 북해에서 많이 나는 헤링을 절인 것, 잔잔한 새우를 까서 양념한 것은 북 독일의 대표적인 것입니다. 훈제된 뱀장어는 여기서도 고급으로 치는데 그 델리케이트한 맛은 우리가 스시 위에 얹어 먹는 뱀장어와 또 다른 것이더군요. 비린내도 안 나고 훈제된 그 향기를 느끼면서 버터와 같이 녹는 고소한 맛을 보게 됩니다. 저는 남들과 같이 버터 바른 검은 빵 위에 얹지 않지요. 장어 위에 레몬만 약간 뿌려 그냥 먹고 버터 바른 빵은 따로 먹었습니다. 뱀장어의 제 맛을 보기 위해서 입니다. 고급 스캇치 살몬(Scotch salmon)에 비교도 할 수 없다니까요. 독일 여행을 하시면 꼬옥 한번 맛을 보셔요.
음식 얘기는 그렇다 치고 독일에서 꼭 알아 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감자는 절대로 칼로 자르지 마셔야 하구요 오른 손에 포크를 쥐고 먹더라도 다른 손을 상 밑에 놓지 마셔요. 개를 잡고 있느냐고 묻더라구요. 손은 접시 옆에 놓도록 하셔요. 미국에서는 고기라도 다 자른 후에 칼을 놓고 포크를 오른 손에 쥐고 먹는 게 보통이지만 거기서는 반드시 끝까지 포크와 칼을 함께 쥐고 먹습니다. 다니면서 보니 같은 유럽이라도 조금씩 식탁 예의가 다르더군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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