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겠지만 몹시 놀랐거나 무서웠던 일은 좀처럼 잊혀 지지가 않는다. 약 65년 전 수원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였다.
어느 가을날 친구들과 함께 메뚜기를 잡으러 논으로 갔었다. 한 마리를 잡은 나는 의기양양해서 동생에게 주려고 하는데, “언니! 언니 다리에서 피가 나와!” 하고 동생이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라 내려다보니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를 보는 순간 나는 겁에 질려 큰 소리로 울었다. 그러자 나의 울음소리에 놀란 친구들이 달려와 보더니 “거머리가 붙었다!” 하고 소리들을 쳤다. 모두 “큰일났다! 큰일났다!” 할 뿐 아무도 손을 대지 못했다. 그래도 그 중에 인정 많은 친구가 나의 손을 잡고 “빨리 집으로 가자” 하며 끌었다.
집이 가까워지자 나는 더 큰소리로 울었다. 어머니는 황급히 뛰어 나오시더니 “응, 거머리가 붙었구나” 하시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나를 끌고 부엌으로 가셨다. 그리고는 다리에 소금을 뿌리고는 거머리를 손가락으로 잡아떼어 땅에 던지시는 것이었다.
이어 나의 등을 쓸어 주시면서 “이제는 괜찮다” 하시며 빨간 옥도정기를 발라 주시더니 “다시는 논에 들어가지 말아라” 하시며 눈물을 닦아 주셨다.
그때 나의 눈물을 닦아 주시던 어머니의 손은 얼마나 따뜻하고 부드러웠던지 그리고 어머니 치마폭은 어찌나 넓고 포근했던지!
아무리 어른이라도 거머리는 징그럽고 무서웠을 텐데 어머니는 오로지 자식 사랑하는 마음으로 손으로 잡아떼신 것이라 생각하니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래서 나의 가슴에는 언제나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장하신 어머님’으로 그 모습이 새겨져 있다.
함명숙/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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