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자립심 부모 인내 요구
최근 며칠 사이로 필자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두 학생이 전국 단위의 장학생 선발 과정에서 최종 후보자 명단에 올라 인터뷰를 치렀다. 이 가운데 한 학생은 서로 다른 두 재단에서 선발하는 장학생 프로그램 최종 명단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잭 켄트 쿡 재단에서는 여러 이름의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 가운데 미 전국에서 중학교 7학년 학생 가운데 약 70명의 ‘영 스칼라’를 선발하는 제도가 있다. 이 영 스칼라에 선발된다면, 고등학교 4년 내내 방과 후 활동 프로그램 및 여름 방학 프로그램 비용 및 컴퓨터, 악기, 운동기구 등 고가의 장비도 지원받는다. 이 기간 지원받는 액수야 고작 한 해 1만달러에 불과하지만, 그 영예는 평생 간다.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 지원할 때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다. 특히 대학 진학시 학비도 보조받게 되며, 박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30만달러 이내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캐롤라인 브래들리 재단에서는 미 주요 지역의 7학년을 대상으로 15명을 선발하여 고등학교 과정에 드는 학비와 책값을 지원한다. 고교 4년 동안 약 10만달러 내외의 학자금 지원을 받는다. 장학금 액수도 어머어마하게 큰 돈이지만, 돈보다 더 큰 것은 전국 단위의 장학생에 선발되어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명문 고교 및 대학 진학에 유리하게 영향을 준다.
한 학생은 표현할 줄 몰라서이지, 머릿속에 자신의 설계가 그려져 있었다. 비록 그동안 부모가 선택하고 설계한 교육 과정에 따라 차근차근 수행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생각을 키워온 것이다. 스피치 교사는 이를 곧 간파해 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꺼내도록 도와주었다. 짧은 기간에 어눌한 말솜씨를 달변으로 바꾸지는 못하였지만, 학생 스스로 무엇을 이야기하여야 하는지를 알게 하였다. 첫날 두 시간의 학습과정에서 모처럼 자신에 대해 설명해 보는 과정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만,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둘째 날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준비해서인지, 교사보다 본인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말문이 트인 것이다. 인터뷰 때 이제 무얼 말할 것인지 자신 있어 보였다.
또 다른 학생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 학생은 공부벌레로 보이는 앞의 학생과는 달리 악기 연주는 물론 운동도 잘하고 친구도 많아 공부가 특기라고 말할 수 있는 타입은 아니다. 평소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서인지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이 학생과 처음 인터뷰 훈련을 마친 뒤 교사는 난감해하였다. 말은 술술 잘하는데, 내용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자신의 이야기가 별로 없다고 고민하였다. 이 학생은 페이퍼로 보건데 분명 특별한 학생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왜 페이퍼에 적힌 것들이 이 학생의 머리나 마음에는 없는 것일까? 거의 14년을 부모, 아니 어머니가 선택해준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소화해온 탓인지 모른다. 최종 연습을 앞두고, 필자는 학생에게 지원서에 기록한 본인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 보라고 권하였다.
한 학생의 어머니는 결과에 관계없이 인터뷰 과정에 대해 매우 만족하였다. 불과 두 세 번의 인터뷰 연습으로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그토록 길게 이야기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갑자기 아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또 다른 학생의 어머니는 별로 자신 없어 하였다. 마치 이 어머니는 자신이 길러온 자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잘 알고 있는 듯 하였다.
최종 결과는 9월 이후에나 통보된다. 선발된다면 가문의 영광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매우 귀중한 교훈을 얻었으리라. ‘오늘부터 우리 아이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도와주리라.’
(213) 500-9067
알렉스 정
<윌셔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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