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교수로 UC리버사이드에 온지 벌써 4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된 남편, 문화적 차이, 언어 장벽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게 될 아이들 걱정 속에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답다’라는 슬로건을 주문처럼 머릿속에 수 없이 되새기며 전투 자세로 지낸 4개월이었다.

고맙도록 잘 적응해 주는 아이들이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가져다주는 여유가 이제는 옥에 티를 볼 수 있게 된 듯하다. 평온하면서도 번잡하지 않은 아름다운 전원도시 리버사이드에도 안타깝게도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 보이는 살찐 비만자들이 너무 많이 눈에 띄니 말이다. 미국 정부가 비만을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삼을 만한 이유를 실감한다.

비만은 과학문명의 발달과 소득 증대로 인한 생활수준의 향상이 가져온 부산물 일 수 있다. 발 빠르게 달려온 경제 발전은 많은 스트레스를 만들었고 이 스트레스는 비만자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현대생활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과거에 비해 분업화와 전문화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더욱 도를 더해 가고 있다.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가 바로 현대 질병의 근본적 원인과 무관치 않다는 의학 보고는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우리의 복잡하고 바쁜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긍정적 사고방식, 웃음의 미학을 통한 엔돌핀의 생성 등 스트레스 해소법을 위한 다각도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여가생활을 얼마나 유익하고 즐겁게 보낼 것인가는 스트레스 해소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심신의 구조를 조화롭게 하여 감정 표현 능력을 향상시키는 신체를 통한 움직임은 신체적, 정신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자신감의 증대를 가져와 스트레스 해소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이러한 문화 프로그램에는 무용, 요가, 댄스 스포츠 등이 있다.

춤을 추는 일은 지극히 인간적인 일이며 춤은 인간 생활의 여러 측면들과 얽혀 있다. 그러므로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이 표출되는 춤을 통한 여가 활동은 획일화되고 무미건조한 우리 사회에 낭만을 가져다주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신체의 조화로운 움직임은 내재된 감정을 발산시킨다. 또한 일련의 무리에서 흥에 겨워 어우러진 놀이마당은 억눌렸던 업무에서의 해방과 함께 자유를 만끽하게 되므로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주는데 효과가 있다. 춤과 함께 곁들어진 리듬을 통해 음악을 이해하고 절제를 바탕으로 표출하는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은 내재되어 있는 응어리를 마음껏 표출해 주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행위이다.

자세와 호흡을 가다듬어 정신을 통일시키고 순화시켜 주는 요가를 통한 수양정신 또한 그 한 방법이다. 요가는 인간의 내면적 감정을 정화시켜 준다는 차원에서 볼 때 문화예술 즐기기를 통한 카타르시스적 기능이 내제되어 있으므로 많은 사람들에게 확대, 보급되어야 한다. 이러한 여가생활이 규칙적으로 이루어질수록 일상생활에서의 성취감, 즐거움은 한층 강화되며 더 나아가 신체와 정신의 균형적 발달을 꾀함으로써 삶의 여유를 가지게 되어 직무와 생활에 대한 만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접대문화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여가문화 즐기기’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업무와 대인관계로 엉킨 실타래를 풀어주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는 많은 이들에게 각광을 받으며 부상하고 있다.

배귀영
창원대학교 무용과 UCR 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