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아파트에 이사 온 지 벌써 3년째. 아침 6시 전후에 일어나 30분간 걷는다. 정원에는 숲이 우거져 있고 그 밑을 걸으면 매우 기분이 좋다. 보라 꽃 붉은 꽃을 보며 걷노라면 어디선가 풋고추 내음도 바람에 내 코끝을 스쳐간다.
82년도에 남편 없이 아이들을 이끌고 이민 와서 식당에서 힘든 일을 하는 바람에 지금은 허리가 좀 굽었다. 열심히 일을 배워서 지금은 두 딸이 제 각기 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좀 기반 잡아 주고서 지금은 은퇴한지 오래다.
이 아파트에는 제 각기 한 평정도의 밭을 주어 화초마냥 정성들여 채소를 가꾼다. 그 밭 사이로 일부러 걸으며 엊그제 씨 뿌린 것 같은데 며칠사이에 한잎 두잎 잎이 난 상추를 뜯어 먹는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나무 밑 벤치에 앉아 오늘 하루 삶을 감사하며 기도하고 맑은 공기도 마셔가며 팔도 흔들고 운동을 한다.
어쩌다 할머니들 만나면 같이 들어와 커피도 끓이고 정담도 나눈다. 5층 김권사님이 김밥을 들고 오셨다. 몸이 아파 누워 있으면 죽 쑤어오고 짭짤하게 된장도 끓여오고 바쁜 자식들 보다 낫다.
그러나 연세들이 있어서 자고나면 밤새 죽는 분도 있고 또 앰뷸런스에 실려 돌아오지 못하고 그냥 가는 분도 있어 좀 쓸쓸한 면도 있다.
6층 일본 할머니는 아픈 다리를 끌고 다니며 화초를 가꾸어 꽃길을 만들어 놓았다. 새 색시 때 즐겨 입던 꽃 분홍 유똥 치마에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마루로 부엌 문지방을 오르내리던 시집살이가 생각나네.
노인 아파트를 지어 기운 없고 은퇴한 노인들에게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하여 준 미국에 감사한다. 한국에도 이런 시설이 발전하면 좋겠다. 고부간에 갈등도 없을 것이고 어쩌다 만나면 서로 반갑고 고맙고 할 것이다.
민진숙/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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