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는 나와 함께 10년 동안 동고동락을 하고 12세가 되어 얼마 전에 은퇴를 한 도우미견이다.
은퇴를 한 도우미견은 도와주던 장애인과 계속해서 살거나, 남의 집으로 입양되거나, 훈련을 받은 기관으로 돌아가 은퇴한 개를 원하는 대기자 명단의 가정으로 가게 된다. 은퇴를 하게 되면 일단 도우미견으로 일을 하는 동안에 주인과 함께 어디든 가던 권리가 없어지고 집과 개의 출입을 허락하는 제한된 장소에만 갈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주인이 나갈 때 항상 앞장 서 나서던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주마는 도우미견으로의 훈련을 받기 전에 1년 동안 키워준 미국인 가정으로 돌아갔다. 그 집에는 4세와 7세 된 남자아이들이 있어 그나마 집에 사람이 있고 나가 뛰놀 수 있는 정원이 있는 좋은 환경에 살게 되었다.
주인 여자인 수잔은 주마와 헤어지며 내가 겪을 마음의 아픔을 잘 헤아려주고 주마를 잘 돌보아주겠다는 다짐을 여러 번씩 했다. 그래서 이 메일로 주마의 생활을 나에게 열심히 알려준다. 며칠 전 받은 편지 제목은 ‘주마, 축하해’였다. 열어보니 나에게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며칠 전 수잔은 주마와 함께 치료견이 되는 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자랑스럽게도 주마는 공공장소에서의 시험을 잘 치렀고, 무엇보다도 명령수행을 어렵게 하는 맥도널드의 햄버거와 프랜치프라이스로 현혹하는 공포의 과제까지 무사히 통과해 치료견으로서의 새 자격증과 유니폼을 받았다는 것이다.
치료견이 되려면 1.5세가 넘고 모든 예방접종을 마친 건강한 개로 명령에 잘 따라야 한다. 치료견을 데리고 다닐 사람은 나이 제한은 없으나 18세 미만의 아동의 경우에는 보호자가 함께 다녀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치료견의 역할은 병원이나 양로시설, 장애인 프로그램, 학교, 도서관 등을 다니며 자원봉사를 한다. 치료견으로서 자격증을 따려면 http://www.tdi-dog.org/에 연락을 해 신청하면 된다. 치료견의 개념과 자격증은 1976년부터 시작했으며 본부는 뉴저지에 있으나 LA에서도 시험을 볼 수 있다.
치료견의 활동은 물리치료 시간에 통증이나 높은 연세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환자들이 개에게 공을 던져준다거나 개를 쓰다듬는 동작을 통해 좀 더 쉽게 동기 유발되고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어 치료의 효과를 높인다. 심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큰 수술을 앞두고 있는 사람, 암 치료를 받는 사람들을 찾아가 사랑을 전하며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며 임종을 앞두고 계신 분들에게 편안함과 안도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치료견은 교육의 효과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특히 초등학교와 도서관 등에서 치료견은 아동들의 읽기 능력을 자극하고 높여준다. 치료견이 옆에 있고 그 개에게 책을 읽어주도록 하면 처음 읽기를 배우기 시작한 아동이나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동들이 동기유발이 되어 더 오래 집중해 책을 읽고 잘 읽게 된다는 것이다.
주마는 이렇게 다시 사람을 도와주는 제2의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도우미견으로서의 생활보다는 훨씬 스케줄이 여유롭다. 수잔이 함께 봉사를 갈 시간을 내는 것에 따라 스케줄이 결정될 것이다. 그래도 주마는 다시 유니폼을 입고 자격증을 목에 걸고 사람들 곁에서 그들을 지켜주고 그들이 회복되는 과정에 큰 힘이 되어주는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갑자기 할 일을 잃었으나 아직은 너무도 건강한 주마를 배려하고 또 나에게 주마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좋은 소식을 주기 위해 바쁜 자신의 스케줄을 쪼개어 자원봉사에 나서는 수잔의 고운 마음씨를 보며 다인종 다문화의 캘리포니아에 사는 축복을 새삼 느껴본다. 주마 그리고 수잔, 사랑해.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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