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 아닌 행동 문제 지적해야
“그 애하고 놀지 말라고 했지”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거리 중의 하나가 자녀들의 교우관계이다.
공부에서도, 행동에서도 모범적인 친구와 친하게 지낸다면 더없이 다행한 일이지만, 반대로 공부도 시원치 않고 이런저런 말썽을 일으켜서 요주의 학생으로 찍힌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면 부모로서 마땅히 걱정을 안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교내에서 학생들의 교우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같은 깃털을 가진 새들이 함께 모인다’라는 서양속담이 참 맞는 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경향에 어긋나는 예외의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청소년 세계이다. 많은 부모들이 왜 우리 아이같이 집안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매사에 똑똑한 아이가, 하필이면 저런 불량학생과 사귀고 있는지 정말 모를 일이라고 답답해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러나 부모의 눈에는 분명히 불량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자녀의 눈에는 마음씨 착하고, 의리있고, 유머 감각있는 멋진 친구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자녀가 사귀는 친구가 못마땅하다고, 이들을 떼어놓으려고 섣부른 작전을 하다가 떼어놓기는 커녕, 반발심으로 더욱 꼭 붙어다니는 역효과가 날 뿐 아니라, 부모의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겪었던 사건을 통해서 얘기해 보려 한다.
평소에 공부도 잘하고 행동도 모범적이어서 내심 기특하게 생각했던 그레그라는 남학생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부터 이 학생이 어느모로 보나 자기보다는 한참 뒤처지는 남녀학생들과 어울려 다니더니, 우연의 일치인지 그 학기 성적이 그전보다 떨어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서 그 애를 불렀다.
그때 어떤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할 수 없지만 대강 “왜 너같은 우등생이 하필이면 너보다 공부가 훨씬 떨어지는 아이들하고 몰려 다녀서, 네 성적까지 떨어지게 하느냐”라는 뜻의 충고를 했던 것 같다.
며칠 후 그레그와 어울려 다니던 친구 한 명이 나를 찾아왔다. 그레그의 성적 하락에 책임이 있다고 간접적으로 지적했던 그룹중의 한 명이었다.
“선생님, 혹시 그레그에게 나쁜 친구들하고 다녀서 그의 지난번 성적이 떨어졌다고 말씀 하셨어요? 또 앞으로는 그런 나쁜 아이들하고 놀지 말라고도 하셨어요?”
이 아이의 질문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짐작이 갔을 때에는, 나는 이미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얘, 내가 어느 특정한 아이들을 지적해서 말한 것이 아니고, 그저 될 수 있으면, 좋은 학생들과 사귀면 서로 도움이 된다는 일반적인 말을 한 것뿐이야” 라고 해명 겸 변명을 하였지만, 카운슬러로서 체면을 구겼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누구나 그렇지만 특히 청소년들은 친구에 대한 비판을 곧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혹시 자녀가 나쁜 친구를 사귀고 있다고 생각이 들면 첫 번째 조심할 것이 그 친구를 나쁜 아이라고 비난하지 않는 것이다.
그 아이를 나쁜 아이라고 단정하는 대신, “얘, 그 아이가 참 착한/ 머리가 좋은/ 성격이 좋은/ 재주가 많은 아이이긴 한데, 학교를 자주 빠지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이지 않니? 너도 그 아이를 따라서 결석을 자주 하게 될까봐 걱정이 되는구나”라는 식으로 아이보다는 아이의 행동이 좋지 않다는 식으로 얘기를 끌어나가면 자녀의 즉각적인 분노와 반발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권고이다.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를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서 자녀와 솔직하게 대화를 해보는 것도 예방차원의 준비가 될 것이다.
(818)778-6836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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