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재직한 직장을 그만 둔 후 이모작 인생이랄 수 있는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은퇴를 생각해야 할 나이에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여 열심히 뛰고 있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데다 사람을 돕는 직업이라는 확신 때문인지 새 명함을 내미는데 그다지 망설이진 않는다. 그러나 “저 파이낸셜 어드바이저로 일하게 됐어요” 라며 명함을 건네는 순간 지인들의 야릇하고 의아한 표정에 난감해진다.
그들이 오랫동안 이정인으로 기억하던 이름이 느닷없이 제시카 김으로 바뀐 때문이다. 대부분 물어볼까 말까 하는 눈빛이 된다. 몇몇 호기심 많은 용감한(?) 이들은 “아니 왜 김씨가 됐어요?”하고 묻기도 한다. 사실은 “시집을 다시 갔나요?”라고 묻고 싶었을 것이다. 미국에서 여성의 성이 바뀌는 것은 배우자가 생기거나 바뀔 때니까 의심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 바뀐 성에 대한 풀이가 새 직업 설명보다 길 때가 많다. 해명을 듣고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니 설명할 시간 없이 명함만 전하면 바뀐 성 때문에 “그 사람 재혼한 것 같다”로 와전되기는 참으로 쉬울 것이다.
게다가 전화만으로 “사실은 새로 김씨가 된 것이 아니고 원래부터 김씨였다”고 주장하기는 더 난감하다. 사실은 새로 쓰게 된 이름은 나 자신에게도 아직 생소해서 전화 걸 때마다 예전이름도 함께 들먹인다. 상대방도 두개 이름을 다 듣고서야 친근한 “아!”로 화답한다.
그뿐인가, 성도 바뀌고 이름도 달라졌다고 그리 강조해도 회사를 방문하는 지인들은 외국인 안내데스크가 “누굴 찾아오셨나요?” 물으면 제시카 김은 깡그리 잊고 “뭐였더라?” 며 헤매기 일쑤다.
‘미국 오자마자 만든 취업용 이력서에 한국이름을 썼던 것이 한 직장에 근무했던 수십 년간 그대로 쓰여졌습니다. 이제는 새 직장의 성격상 서류상의 본명을 써야 하기 때문에 시민권 받을 때 추가한 제시카 까지 넣게 됐답니다’는 해명은 앞으로 얼마나 더하게 될까.
김씨면서 20년 넘게 이씨를 써 왔으니 다시 20년 정도가 되어야 김씨가 척 달라붙는 내 이름이 될 것인가.
제시카 김/ 재정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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