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지 불과 100여일 만에 퇴진한 한국의 대통령 비서실장이 가을학기부터 대학에 돌아가 다시 강단에 서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야 물러난 후 그가 무엇을 하건 그것을 문제 삼을 건 없다. 다만 그동안 국민에게 신뢰를 잃고 피로감만 안겨 준 책임을 지고 물러난 그가 아무런 비판이나 검토도 없이 다시 대학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소위 폴리페서라는 이 정치교수 제도는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했던 전두환 정권이 자기들의 부적절한 행태를 호도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도입한 것인데 MB정권이 그 극치를 이루어 많은 수의 정치교수들이 현재 국정을 요리하고 있다. 교수는 어디까지나 학문연구와 후진 양성에 힘써야 하는 것이 본업이고 정도다. 그리고 필요하면 그 전문적인 지식과 경륜을 자문해 주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그렇다고 교수가 직접 정치에 관여하는 게 잘못이라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일단 교육계를 떠나 정계로 진출했으면 거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갔던 정치교수들은 임기를 마쳤건, 중도하차했건 간에 그만 두고 나면 아무런 검증도 없이 당연직처럼 다시 대학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문제다. 교육자로서의 그들은 아무리 실력과 학위가 있다 하더라도 이미 외도로 변질된 사람들이고 요지경판인 정치권에서 치졸한 때가 묻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찌 지성과 양식의 산실인 신성한 대학에 돌아가 꿈을 가진 순진한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겠다는 것인가?
대학의 권위와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이 폴리페서들의 강단 복귀를 규제하는 엄격한 조치가 반드시 강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기재/ 샌타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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