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시간을 엄수하라. 개인 약속은 꿈도 꾸지 말라. 가능한 한 입을 열지 말라. 어떤 일이 있어도 기분 상하지 말라. 하라는 일은 틀림없이 하되 가능한 한 빨리 하라. 퍼레이드 때면 몸을 뒤로 빼고 앉는 걸 잊지 말라. 남편이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하니까. 당신이 없어도 되면 그 순간 사라지라”
한마디로 속을 빼놓고 살아야 한다는 이 ‘직업’의 이름은 퍼스트레이디이다. 엘레노어 루즈벨트 여사가 한 말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자기주장이 강하고 외부 활동이 활발했던 퍼스트레이디 중 하나로 꼽히는 루즈벨트 여사가 이런 말을 한 것을 보면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이 어렵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그래서 “퍼스트레이디는 단 한사람에 의해 뽑힌 돈 안 받는 공복”이라고 린든 존슨 대통령의 부인 버드 여사는 말했었다. 그 한사람은 물론 남편이다. 남편 잘 둔 덕에 돈 한푼 안 받고 말 많고 탈 많은 온 국민 시집살이를 해야 하는 것이 백악관 안주인 자리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다, 힘들다’하는 불평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극소수의 선택된 여성들만이 할수 있는 불평이다.
1789년 4월30일 마샤 댄드리지 커스티스 워싱턴 여사가 미국의 첫 퍼스트레이디가 된 이후 219년 동안 이런 불평을 할 위치에 있었던 사람은 40여명에 불과했다(퍼스트레이디가 두명 이상이던 케이스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 40여명에게는 100% 공통점이 있다. 바로 백인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가장 확실한 공통점은 ‘백인 남성’이듯이 퍼스트레이디의 예외 없는 공통점 역시 백인이라는 인종적 특성이었다.
근 220년 이어져온 ‘백인 퍼스트레이디’ 전통이 이제 흔들릴 시점에 왔다. 25일 그 첫 번째 도전자가 미국민들에게 공식적 첫선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의 부인 미셸 오바마이다. 미셸은 캠페인 중 미전역을 다니며 유권자들과 만났지만 전국민을 대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이 처음이다.
미셸의 연설에 대한 평가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점수가 오르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오바마 지지 진영에서는 “너무 훌륭해서 감격할 수준”인 반면 힐러리 지지 진영에서는 공화당 공격해야할 중요한 시점에 시간 낭비했다는 반응, 공화당 진영에서는 “내용 없기는 오바마나 마찬가지”라는 빈정거림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그의 차분하고도 자신감 넘치며 우아하면서도 열정적인 태도. 인종을 뛰어 넘어 모든 차세대 여성들의 역할모델이라는 찬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의 성장 환경 역시 감동을 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시카고의 흑인지역에서 태어나 다발성 경화증으로 몸이 천근같아도 일을 거르지 않던 근면한 아버지, 신앙과 정직을 가르친 헌신적 어머니, 덕분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프린스턴, 하버드 졸업하고 이 시대의 최고 엘리트로 성장한 딸 - 이야기가 백악관의 입성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그보다 좋은 휴먼 스토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것은 미국 유권자들의 정서적 거부감이다. 과연 그들은 흑인여성을 백악관 안주인으로 맞아들이는 데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을까. 올 대선이 답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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