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의 침체 여파로 불어 닥친 장기 불황은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에너지 등 물가 상승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생활에 직격탄을 맞은 꼴이 되었다.
이제 불황의 늪은 특정 국가를 넘어 지구 전체로 번진 느낌이다. 한때 잘 나가던 이곳 LA시도 주위 곳곳에서 황폐화되어 가는 흔적들이 역력히 감지되고 있다. 날이 새기가 무섭게 한두 층씩 쌓아올리던 상가나 주거 건물은 골재로 쓰이던 철근만 앙상하게 남은 채 언제 마무리 작업이 완료될 지 흉물스럽기조차 하다. 일용직을 구하는 담벼락 행렬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북적대던 식당 안은 띄엄띄엄 덩그러니 앉아 수저를 들자니 입맛이 통 내키지 않는다.
매출 감소로 갑자기 해직당한 은행직원들, 마구잡이로 대출해준 덕분에 한때나마 재미에 빠졌던 그 많은 부동산 중개인들의 근황이 불현듯 궁금해진다. 모두가 무분별한 욕망이 빚어낸 부산물이 아닐까.
식품점 앞 양 길가에는 아침저녁으로 카지노 행 대형 버스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자포자기한 중년의 실직자들, 뭔가 한 움큼 잡아보겠다는 비장하고 허망한 각오로 두리번거리는 행색, 도박 중독증에 걸린 듯한 한인 노인들의 모습도 영 눈에 거슬린다. 대중매체를 타고 흘러나오는 진행자의 태연한 카지노 장려 목소리 또한 일상을 서글프게 하는 대목이다.
불경기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은 모두가 근검절약하는 수밖에 없다.
덜 사치하고 덜 술잔을 기울이며 그동안 인색하게 굴었던 이웃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 이 어려운 한 시대의 난국을 현명하게 헤쳐 나갈 지혜를 모야야 할 것이다.
손시현/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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