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의 민주당 후보의 수락 연설 중계를 보면서 가슴 진하게 울려오는 떨림이 있었다. 내 자신이 미국 시민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언제 보아도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매너에 정직해 보이는 인상, 거기다 뛰어난 연설의 능력까지 두루 갖춘 오바마 후보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랫동안 억압 받아온 흑인이 대통령 후보가 되다니 감격스럽다 하고 또 어떤 이들은 흑인이 백인들을 한방 먹여서 통쾌 하다고도 한다.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틈만 나면 반미를 외치는 이 곳 LA의 과격파들은 오바마 후보가 백인이 아니어서 무조건 좋다고도 한다. 모두들 이민 1세로서 느껴온 백인들에 대한 열등감을 오바마 후보를 빌어 맘껏 토해내는 것이리라.
흑인인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사실은 이민자인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믿음을 보여주었고 희망을 심어 주었다. 미국 이곳 저곳에서 인종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번에 미국 국민들은 중대한 문제에 임해서 인종을 뛰어 넘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것은 곧 미국의 양심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진정한 선진 국민임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일인 것이다.
이라크 문제, 테러와의 전쟁, 환경 문제, 경제 문제 등에 발목을 잡힌 미국은 요즘 툭하면 세계 다른 나라들의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심지어 오랜 동맹국이었으며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 이민 1세들의 조국인 한국에서도 냉대를 받았다. 자국 내에서의 고의적인 선동보도에 현혹된 전 국민이 쇠고기 문제로 반미를 외쳤다. 중국이 오랜 잠에서 깨었다는 것을 만방에 고하기 위해 올림픽에 어마어마한 돈과 인력을 썼다고 한다. 미국은 왜곡된 보도에 휩쓸려 대규모 촛불시위를 하는 나라도 아니며 위력을 세계만방에 알리기 위해 초호화판 잔치를 벌이는 나라도 아니다.
이제 미국은 선진된 국민들이 살고 있는 나라라는 것을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었다. 만약 한국에 전쟁이 나면 놀라운 수의 한국 청년들이 도망가겠다는 설문조사가 있는 반면 미국은 차별대우를 받으며 자랐을 것 같은 우리 이민 1세들의 자녀들도 주저없이 전쟁터에 가겠다고 하는 나라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미국의 저력이다.
흑인 대통령 후보에, 백인 부통령 후보. 전 세계는 놀라움과 동시에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미국 국민들에게 존경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 저력을 두려워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나라의 시민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자랑스럽다.
오경자
전 한인 가정상담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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