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기 시절부터 남달리 활동적이어서 다양한 취미생활을 해오던 습관 때문에 이곳 미국에 이민 와서도 한 동안 즐기는 일에 빠지곤 했었다.
덕분에 바둑도 곧잘 두는 편이며 20여년 전 이곳 어바인으로 이사를 왔을 때 테니스를 하고 싶은 열정이 지금의 오렌지카운티 테니스클럽을 탄생시키는데 밑거름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한번은 어느 겨울 저녁 공을 치다 무릎 인대를 다치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앞으로 한 3년간은 무리한 운동을 피하는 게 좋다는 의사 권고로 하는 수 없이 골프를 배우게 됐으며 그 이후 몇년간 골프에 빠져 너무 열심히 한 탓으로 어깨가 주저앉는 웃지 못할 일을 겪은 적도 있다.
나이가 들면 용기는 점점 없어지고 경험과 지혜로 산다고 하지만 나도 이제 새로운 꺼리를 찾기가 쉽지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마음 저편으로부터 외로움이 밀려오면서 그 무력함이 자신을 억누르는 게 아닌가. 나는 늘어진 기분도 달래겸 모처럼 집 근처 도서실로 발길을 돌렸다. 마침 그 도서실 옆에는 인공 호수가 하나 있는데 물가에 밀려 나와 있는 쓰레기가 보였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칠 것을 봉지에 담아 쓰레기통에 넣고는 분수를 바라보니 뿌듯함이 마음 한구석에서 밀려오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사소한 일이지만 그 어떤 재미로 하는 일보다 가슴 한구석을 적셔주는 따스함이 이런 작은 일에서도 찾아오는 것이구나 하는 새로운 진실 하나를 깨달았다. 재미있는 일들을 찾아 쫓아 다녔던 일상의 습관을 이제부터는 이런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다.
정태화/어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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