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생활 속 실천하는 모습 보여줘야

수 주전 사우스웨스트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심심풀이로 회사 발행잡지를 뒤적이다가 그 회사 사장이 쓴 짤막한 글을 읽게 되었다.
‘습관 들이기’라는 제목으로 쓴 글인데, 매일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개 산보시키고, 신문읽고, 아내가 만들어준 커피를 마시고, 회사에 출근한다는 평범한 얘기들을 번호를 매겨서 소개하였는데,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항목에 가서 나의 관심을 끄는 습관이 소개되었다. 바로 매일 바나나 한 개씩을 들고 출근해서, 그 날의 업무 스케줄을 검토하면서 먹는다는 것이었다.
다음날 마켓에 들렀던 나는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하였다.
바나나 한 송이를 사서 바구니에 넣었던 것이다. 바나나가 건강에 좋은 여러 가지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별로 좋아하는 과일이 아니어서 잘 사지 않았는데, 성공한 모범 기업인의 글 한 줄을 읽고, 즉시로 그의 행동을 따라한 것이었다.
아이들 교육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로 Modeling(모범 보이기/따라하기)을 교육학에서는 소개하고 있다. 특히 모범 보이기의 가장 뚜렷한 효과는 바로 부모자녀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 부모란 최초의 선생이자, 행동과 사고를 모방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대상이며, 성장 과정에서 생활습관, 가치관, 인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바로 부모이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나고,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단정한 몸가짐을 갖는 것과 같은 건전한 생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이 일찍 일어나고,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단정한 몸가짐을 유지해야 하고, 행복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명랑하고 부지런하고,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해야 하고, 긍정적이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심어주기 위해서, 부모들이 평소에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자선기관에 기부하는 등의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백마디의 훈계보다는 매일의 생활 속의 실천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학교 교육에서 받는 영향, 친구들에게서 받는 영향, TV, 영화, 인터넷을 통한 메시지의 홍수 때문에 부모의 영향은 차츰 무력해 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부모의 존재나 영향력이 아주 제로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인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런 우려가 과장되었다는 보고이다. 한 아이가 성장과정을 통해서 어떤 인격과 능력을 지닌 어른이 되느냐에는 아직도 부모의 영향이 첫 번째로 중요할 뿐 아니라, 영향력의 정도도 미디어나 친구의 영향력을 훨씬 웃돈다는 것이 이들 연구의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비해 요즈음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크게 오염되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아주 어릴 때 부터 아이들은 폭력과 섹스, 알콜, 마약남용, 지나친 물질 숭배 등에 직접, 간접으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CEO의 바나나 먹는 습관을 따라한 것처럼, 아이들도 자기들이 숭배하는 유명인들의 습관을 따라할 수 있고, 이들 유명인들의 사생활이 항상 모범적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면, 올바른 본보기를 보여주는 부모의 ‘모범 보이기’ 교육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모범 보이기’ 교육에서는 너무 이르다는 말도, 너무 늦었다는 말도 해당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