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최. 28일 프렌치 컬리너리 인스티튜트
한국출전 요리사.심사위원 120여명
학생.일반부 8개 종목 진행
세계의 문화와 패션, 그리고 경제의 중심지 뉴욕은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미 전 세계인의 공통 메뉴가 된 이태리, 중국, 일본 음식은 말할 것도 없이 뉴욕 곳곳에서 타이, 인도, 베트남, 중동, 그리스 요리들을 언제든 맛볼 수 있다. 까다로우면서도 실용적인 뉴요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그 나라 음식은 이미 세계화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음식은 세계 요리의 각축장 뉴욕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한국 음식의 본거지 맨하탄 32가도 뉴욕의 주요한 음식 지형도에 이미 포함되어 있지만 ‘코리언 푸드’가 미국인의 일반적인 런치 메뉴나 간식, 혹은 중요한 이벤트의 디너 요리로까지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한국일보 주최로 오는 28일 맨하탄 ‘프렌치 컬리너리 인스티튜트’에서 열리는 ‘제1회 세계한식요리경연대회’는 뉴욕은 물론 해외에서 최초로 열리는 대규모 한국음식 경연 행사다. 대회 조직위원장이며 T.F.C 인터내셔널 회장이기도 한 김영복 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원장은 “ 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시도”라고 이번 행사를 정의했다. ‘건강 음식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내세운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전통 음식들을 한자리에 모아 맛과 아름다움을 겨루고 무엇보다 외국인들에게 적극 홍보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28일 본선을 위해 이미 한국에서는 서울과 경기, 광주 등 광역권별로 예선이 한창 진행 중이며 뉴욕과 다른 해외 도시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뽐낼 미래의 대장금들이 대기 중이다. ‘소머리 밥국집’으로 유명하며 LA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개그우먼 배연정씨도 출전하며 한국의 인기 요리 드라마 ‘식객’의 주인공 김래원씨를 홍보대사로 위촉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출전하는 요리사와 심사위원등의 수만 120여명에 이른다. 대회는 모두 8개 종목에 걸쳐 진행된다. 전통의례상 차림, 면(만두 포함)차림, 채소 반찬 차림, 육류 차림, 생선 차림, 떡과 다과상 차림 등이며 학생과 일반부로 나뉘어 치러지게 된다.
김 원장은 엄격하고 까다로웠던 심사위원 선정과정 자체가 이번 대회의 권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최초로 국제요리 심사위원 제도를 만들어 20여명을 선정했고 별도의 연수교육을 받게 했다. 출전자들은 자신의 요리만 알면 되지만 맛과 레서피, 대면 면접 등을 진행하는 위원들은 모든 한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 경기대 호텔관광학과 진양호 학장이 심사위원장을 청운대 교수이자 국가지정 한식 명장으로 공인된 이상정 명장이 기술 위원장을 맡았다.
김 원장은 “이번 행사는 절대 집안 잔치로 끝나서는 안된다”며 행사의 취지가 한국 음식 알리기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현지의 요리 전문가, 비평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을 만들어 대회에서 소개된 음식들을 주류 매체에 적극 홍보하는 일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사 기준도 ‘산업화’, ‘표준화’,‘ 세계화’ 할 수 있는 부분, 즉 한국인 뿐 아니라 세계인의 입맛에 어울릴 수 있는 요리에 큰 점수를 주게 된다. 만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나만이 알 수 있는 비법’이나 ‘절대 구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재료’ 등의 신비주의는 오히려 감점이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약육강식의 이념으로 무장된 신자유주의자들이 주로 쓰는 ‘세계화’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늬앙스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고 “어떻게 손맛 중요한 전통 한식을 패스트 푸드 메뉴처럼 매뉴얼화 하냐”고 ‘표준화’라는 개념에 반발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한국인이 하루 세끼 먹는 한식은 집에서 내가 만들어 먹는 ‘나만의 요리법’이 존재하며 세계화된 김치찌개가 나온다고 해서 동네 단골 식당의 김치찌개 맛이 변하는 것도 아니다. 김 원장은 늘 “전통은 옛것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과 변화를 의미”한다고 강조해왔다. 흔히 생각하는 전통의 개념과 정 반대인 셈. 요리법이 만들어진 시대의 형태 그대로 남아있으면 오히려 전통 음식이 아닌 ‘옛날 음식’인 것이다. 전통음식은 옛날음식의 맥을 이어서 현재의 사회 환경적인 요소가 고려된 음식이라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한국 요리의 세계화에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 김 원장은 “어느 정도의 표준화도 이루어져 있고 맛도 대중화된 면이 있다”며 “ 역설적으로 어떤 요리에도 비길 수 없는 한국 음식의 우수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한국 음식은 조리법이 지나치게 정밀하고 까다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가열한다는 의미의 동사만도 ‘굽는다, 찐다, 볶는다, 삶는다, 지진다, 데친다, 곤다, 태운다...’ 등 20여 가지가 넘는 것이 한국 음식이다. 또한 코스별로 제공되며 요리사의 지휘로 식탁이 진행되는 시간계열형의 서양 요리와 달리 한상에 늘어놓는 공간계열형의 특성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해 김 원장은 이번 대회 이후의 목표를 3가지로 제시했다. 우선 유통과 식당을 포함한 식품 산업의 인프라 구축, 한식 조리과 신설 등 교육 기관 확충 그리고 한식 문화의 전파다. 목표가 이루어진다면 이번 대회는 김 원장의 설명처럼 “한식이 자연스럽게 세계인의 식탁에 올라갈 수 있는 붐을 조성하는 장기적인 한식 세계화의 첫 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박원영 기자> w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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