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식구들이 모여 외식을 하게 되었다. 식사를 하는 가운데 식탁 중앙에 앉은 반바지 차림의 딸애가 숯을 어떻게 만드느냐고 물어서 숯 만드는 이야기도 하면서 오랫만에 숯불로 구운 고기를 즐기고 있었다.
한참 식사를 하던 딸애가 기겁을 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뛰어 올랐다. 자리가 불편해서 다리를 옆으로 옮기는 순간 식탁 밑에 있던 과열된 양철통에 다리를 데인 것이다. 우리가 얼음을 찾고 있는 것을 보고도 무심하게 일하는 종업원들을 보고는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식당인지 의심이 갔다. 마침 고기를 굽는 것을 도와주러 온 종업원이 “또 데었군요. 화상에 바르는 연고를 가져오겠습니다” 하고는 반쯤 쓴 연고를 가지고 와서는 짜 주었다.
순간적으로 염려하던 대로 숯불구이를 하면서 안전장치는 전혀 하지 않아서 많은 고객들이 가벼운 화상을 입고 있구나 싶었다. 대답을 하는 종업원의 무신경한 태도와 함께 화상을 입은 것은 전적으로 손님의 부주의로 인해 일어난 듯한 인상을 주기에 내심 매우 불쾌했다. 힘들게 일하는 종업원과 입씨름하기가 무엇하고 해서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고 잠자코 하던 식사를 계속했다. 갑자기 일어난 화상과 식당 종업원의 태도로 인해 가족 모두가 어안이 벙벙하여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우울한 식사를 했다.
제법 유명한 식당이 이렇게 안전장치도 없이 영업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주인을 찾았다. 제법 나이가 든 종업원 아줌마가 대답하길 “주인은 인도네시아 휴가 갔습니다”. 그러면 매니저가 누구냐고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매니저도 없습니다”라고 무성의하게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어떻게 뉴욕 한가운데에서 영업을 하면서 이렇게 당당할 수가 있을까? 식탁 밑의 불판 통이 뜨거워지는 것을 알면 철사 그물이라도 쳐서 손님이 화상을 입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정히 어려우면 두터운 천으로 된 앞치마라도 주어서 손님들이 화상 걱정 없이 즐겁게 식사를 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장사하는 기본이지 않을까? 숯불로 고기를 구우면서 안전에 대한 사전 주의 한번 없이 영업을 하는 그 배짱에 기가 막혔다.
서진형/세계 OKTA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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