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주보에서 이제 곧 가을학기 한글학교가 개강한다는 소식을 읽고 자라나는 우리 2세들에게 한글교육이 실제적인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부모님들과 의견을 나누고싶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큰아들과 이제 곧 대학에 응시할 둘째 모두 7년간 주말한글학교에 다녔고 3-4개씩 치룬 SAT II중에 한국어를 택해 좋은 점수를 얻어 아마도 대학입학사정에서 도움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SAT II 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것이 한글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아니다.
첫째, 우리부모들의 대부분은 자녀들이 미국에 살지만 부모에게 효도하고 한국교회에 다니고 또한 한국사람과 결혼하기를 은연중에 바라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의 언어를 습득하지 못하면 그문화를 진정으로 습득할 수는 없다. 자녀들에게 의사소통의 수단인 한글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그들이 한국적인 사고와 생활방식과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바랄수 있겠는가?
둘째, 미국이 멜팅팟이라는 것은 이미 지난 50여년의 이민역사를 통해 틀렸음이 증명되었고 오히려 새로운 미국은 ‘다양함 속의조화’로 나가고 있음이 미국사회 모든분야에서 두드러지고있다. 최근 들어 삼성, LG, 현대, GE, 구글, 애플, 엑손, GM 이나 포드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영어이외의 다른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것이 더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한국계 미국인들이 미국굴지의 회계법인이나 법률법인에 취직해서 어느정도 직위에 오르면 회사는 그들이 이제는 경제규모면에서 결코 작지않은 한국이나 한인사회로 부터 비즈니스를 창출해오기를 바라게 되고 또 그 성과가 그들 업무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우리 2세들이 훗날 자영업을 하거나 의사, 변호사, 치과의사, 약사, 물리치료사등의 전문직으로 개업을 해도 본인의 뿌리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고객층이 넓어지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언어학자도, 사회학자도 아니지만 실물경제에 가까운 경영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또한 두 아이를 길러본 입장에서 이러한 두가지 이유가 사실은 자녀들에게 한글교육을 시켜야하는 더 중요한 이유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이를 주위의 부모들과도 나누고 싶다.
끝으로 미국 전역에서 여러가지 형태로 한글교육에 애쓰고 있는 선생님과 교육행정가들께도 한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다. 우리 세대 대부분은 10여년의 한자교육을 받았지만 중국인들과 전혀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 더구나 중학교, 고등학교, 경우에 따라서는 대학교, 더나가서는 직장생활중 저녁에 학원까지 다니며 영어습득에 그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였건만 왜 미국사람만 만나면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지… 우리 2세들에게는 우리의 이러한 경험을 되풀이하게 해서는 안되겠다.
혹시 듣기와 말하기 보다는 어느 것이 맞는 문법인지를 가르치는데 지나치게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교과과정을 한번 검토할만도 하다. 우리는 회화중심의 한국어가 습득되지 않으면 우리 2세들이 한국식의 사고방식과 문화및 생활방식을 습득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우리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연국
UC 리버사이드 경영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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