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일은 9월이다.
생일은 기쁘고 즐거운 날이다. 아마도 선물을 받는 날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돌아다보면 내가 지금 쓰고 입고 있는 물건들은 목회할 때는 교인들로부터, 은퇴한 후에는 자녀들에게서 받은 생일 선물이 많다.
그런데 금년 생일에는 감사하게도 너무나 값지고 큰 선물을 딸 내외로부터 받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동차이다.
그동안 내가 타던 차는 아발론 XLS이다. 20만 마일이 넘었는데도 한두 번 고치기는 했지만 별다른 고장 없이 잘 다녔다. 다만 오래된 차라서 소음이 나고 CD가 고장이 나 운전하며 즐기는 클래식 음악과 한국 가곡을 듣지 못해 불편해 차를 바꾸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지난달에는 2년에 한 번씩 받는 메릴랜드 주 이미션 테스트에 그만 불합격이 되고 말았다. 알아보니 고치는 돈이 꽤나 들 것 같고, 은퇴한 형편에 갑자기 차를 구입하기도 쉽지가 않아서 걱정을 하다가 할 수 없이 차를 고쳐서 인스펙션을 다시 받은 다음 더 타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알게 된 큰딸 내외가 금년 내 생일을 맞이하여 자동차를 바꾸어 드리자고 의논을 하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바로 어제 그 아름다운 마음씨가 실행이 되었다. 전화가 와서 자초지종을 알리더니 시간이 허락하시면 모래쯤 자동차를 사러 가시자는 것이었다. 이게 웬일인가. 기쁘고 즐거웠다.
매사에 꼼꼼한 사위는 벌써 자동차 딜러를 몇 군데 알아보고 내 마음에 들 것 같은 차도 딸과 함께 의논하여둔 터였다. 그 딜러에 우리 내외는 갔다. “어느 차가 좋으시냐”고 묻는다. 물어볼 것도 없이 “아무 차나 다 좋다”고 하였다. 사실 선물에다 새 차이니 아무 차나 다 좋지 뭘 고르겠는가. 그래도 하도 고르라기에 칼라는 내가 갖고 싶던 짙은 베이지를 택하고 딸과 사위가 형편에 맞게 사주고 싶어 이미 골라 놓았던 그 차를 기쁜 마음으로 사기로 하였다.
그 동안 그 애들이 모아둔 캐시 2,000불을 내고 나머지는 사위가 거래하는 은행에서 이미 론을 해 와서 모두 페이 하고 키와 서류 일체를 나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새 차를 운전하고 인근에 있는 버거킹에 들어가 요기를 하면서 사위가 들려준 이야기는 그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값진 최상의 생일 선물이었다.
“이 서방, 감사하네.” 감사하다는 나에게 사위는 생신을 축하드린다고 하더니 다음과 같은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감사하지요. 큰 따님 희아를 잘 길러서 부족한 이 사람에게 주셔서 제가 감사하지요. 딸 아들 낳고 검소하게 살고 내조를 잘해주어서 제가 오늘 이만큼 된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항상 기도해주시는 어머님, 아버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시잖아요. 금년은 저희가 결혼한 지 20주년이 도는 해 아닙니까. 그래서 사실은 저희 결혼 20주년 기념 선물로 차를 사드리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사위도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이 말을 듣고 있던 우리 내외도 눈시울이 뜨거워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런 아름다운 일들이 우리 워싱턴 사회에도 많이 있겠지만 그래도 그냥 넘길 수 없어 몇 자 적은 것은 다 나이를 먹은 탓 때문 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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