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은 데드라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을것이다. 어떤 사람은 가끔, 어떤 사람은 매일 데드라인과 싸운다. 작곡가야말로 늘 데드라인과 싸우는 직업 이다.
“언제까지 곡을 써주세요. 안 그러면 연주 못해 줍니다”가 기본 공식이다. 연주만 안 해주는 게 아니라 작곡가로서 이미지에 완전 금이 가는 것이며 추후에 작곡 의뢰에도 큰 지장을 준다. 지난 여름 열심히 쓴 합창곡이 있었는데 마감일을 넘기자 매정하게 프로그램에서 삭제되었다.
그렇다면 데드라인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켜야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데드라인을 코 앞에 두고도 왜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지 참 답답한 노릇이다.
내가 믿는 것은 데드라인의 위력이다. 지난날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데드라인은 묘한 힘이 있다. 갑자기 초인적인 속도가 붙는다. 그 쏟아지던 잠이 확 달아나고,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고, 전에 없던 놀라운 집중력이 생긴다. 이 위력의 힘으로 겨우겨우 끝낸 곡들이 얼마나 많은지.
데드라인이 없으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해본다. “아무 때나 받아 줄 테니 편하게 곡 쓰세요” 하면 과연 완성할 수 있을까. 실제로 내겐 데드라인이 없는 몇 개의 프로젝트들이 있다.
그러나 데드라인 있는 것들을 우선하고 그것들은 저기 멀리 쌓여 있을 뿐이다. 데드라인은 어찌보면 참 값진 것이다. 비록 스트레스를 주긴 하지만 완성을 촉구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 할 수 있다.
우리 인생은 유한하기에 사실 모두가 데드라인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
다음 주까지, 다음 달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눈앞의 데드라인 보다 더 중요한 데드라인이 있다.
매일 매일을 더 성실하게 산다면, 더 사랑하고 더 베풀며 더 감사한다면, 데드라인이 임박한 그날 여유 있게 웃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 진/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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